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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美·나토 vs 러시아 전략게임…4강외교 바로 세워야”[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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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 기자I 2022.02.28 06:00:00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인터뷰
우크라 반러행보·美 러시아 안보우려 무시 러시아 위기감 자극해
서방 제재에 러시아 충분히 견딜 체력 확보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의 핵심은 미국 및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 간 전략게임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피를 흘릴 생각이 없다. ”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박 소장은 27일 이데일리와의 긴급 전화 인터뷰에서 “나토의 동진(東進)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마지막 저항선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안 된다며 수개월간 무력시위에 나섰다”고 설명하면서 이후 외교적 해법 없이 상황이 악화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플랜B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앞서 외교적 해법 아쉬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는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됐다. 앞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발트 3국과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이미 나토에 가입했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시도에 대해서는 전면 반발했다.

박 소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취임 이후 강화된 친서방, 반러시아 행보가 러시아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지목한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러 몰이를 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많이 들여왔다”며 “일설에는 러시아의 안보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무기도 있다고 한다고 하는데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군이 들어와 있는 것과 다름없는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극단적 선택은 비극을 불렀다. 러시아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공격을 개시하고 수도 키예프에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파견하지는 않을 것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박 소장은 “미국은 몇 개월 전부터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피 흘릴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에게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치명적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현상 변화를 가져올 만큼 중요하지도, 거절할 이유도 없는 이슈”라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외교적 해법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하거나 나토 가입을 시도하는 우크라이나를 설득했다면 외교적으로 풀 수 있었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미국은 유럽대륙 사이에는 대서양이, 영국과 유럽대륙 사이에는 도버 해협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면 난민 문제에 시달리는 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기회로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의 셰일가스 등의 수출물량을 늘리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봤다.

“국제정치 선악구도 유치…4강 외교 바로 세워야”

앞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까? 비관적인 건 서방의 도움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로서는 현재로서는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다는 게 박 소장의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에는 친러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겠지만, 농업 대국이자 에너지 부국인 러시아는 버틸 만한 힘이 충분하다는 게 박 소장의 시각이다. 박 소장은 “지구 상에서 식량과 에너지 걱정을 안 하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밖에 없다”며 “맷집 좋은 러시아는 버틸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는 서방의 수많은 제재에 대해 이미 충분히 내성이 생겼다. 특히 위기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를 6000억달러 이상 축적해놓았다는 설명이다. 유럽으로 가스 수출 길이 막힐 경우 중국판매 확대라는 대안도 있다.

박 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냉정한 국제정치에서 선악이라는 구도가 얼마나 유치한 이분법인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외교의 편향성을 제고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외교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를 일컬어 4강(强)이라고 칭하지만, 이같은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정작 러시아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은 저조하다.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서서히 무너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편향된 시각으로는 국제정세의 판세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박 소장은 “러시아는 이웃나라를 침략한 나쁜 나라다. 다만 거기서 끝내서는 안 된다”며 “미국도 만만히 볼 수 없는 나라가 러시아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번 러시아의 과감한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어떤 경로로든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어떻게 발휘되든 거기에 대응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자국이다. 그의 말대로 “우크라이나를 제일 걱정하는 나라는 우크라이나”였듯이 말이다.

▷박 소장은…

1985년 외교부에 입부해 1987~1989년 영국 옥스퍼드대 외교관과정을 이수했다. 2005~2007년 러시아 외교부 산하 외교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근무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는 4차례에 걸쳐 약 11년간 근무했다. 2016년 말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를 끝으로 퇴직하고 이어 상명대학교 글로벌지역학부에서 1년간 강의했다. ‘나침반이 잘못된 한국 외교’,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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