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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 기치 내건 尹… 강점은 ‘소신’·약점은 ‘경험 부족’[이데일리 여론조사]

박태진 기자I 2021.12.23 06:01:00

尹 대표할 정책 부재 탓에 모름·무응답 많아
‘침대 축구’ 안주할 경우 지도자 각인 어려워
대선 두달 남짓…“미래 비전 제시가 시급”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반문(反文) 기치를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권교체론’을 등에 업고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섰다. 윤 후보는 각종 공식 석상에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왔다. 이처럼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을 자질·덕목 분야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대중들에게는 대선 후보로서의 윤석열을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 6개월째로 접어든 ‘정치신인’인 만큼 경험 부족도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불거진 ‘가족 리스크’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격을 방어하는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비전을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잘 전달하느냐가 이번 대선 승리의 관건으로 꼽힌다.



윤 후보의 자질·덕목 분야 최대 강점은 소신·철학’(13.1%)으로 나타났다. 이어 ‘추진력’(8.8%), ‘결단력’(7.8%), ‘책임감’(6.0%), ‘창의·혁신의지’(5.1%) 등도 강점으로 꼽혔다. ‘모름·무응답’ 응답은 30.3%였다.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인 추진력이 무려 33.4%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윤 후보가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강점은 매우 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윤 후보의 약점을 묻자 응답자의 18.1%는 ‘경험·경륜’을 답했다. 이어 ‘도덕성’ 11.6%, ‘소신·철학’ 6.3%, ‘진실성’ 5.9%, ‘판단력’ 5.5%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4.5%였다.

약점 부분에서 이 후보 대비 도덕성이나 진실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 후보는 최대 약점으로 도덕성(29.8%)이 꼽혔다. 진실성도 14.2%였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 후보 약점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험·경륜, 소신·철학, 판단력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어 극복해야 할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더욱이 모름·무응답 응답이 적지 않은 데다, 그나마 강점으로 부각된 소신·철학 분야도 약점으로도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의 정치적 색깔이 아직 덜 입혀진 것으로도 읽힌다.

조임출 엠앤엠(M&M) 전략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윤석열 후보는 국민들이 인식하기에, 아직까지 윤석열을 대표할 수 있는 임팩트 있는 강점이 없다”면서 “현재 시점에서는 약점인 것이 사실이지만, 향후 시급하게 국민의 욕구가 강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안목)’을 구체적으로 어필할 경우, 강력한 기회 요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윤 후보가 최근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침대 축구’로 일컫는 방어에만 안주할 경우 지도자의 이미지 부각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대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의 공격도 방어하면서, 인상 깊은 강점을 부각시켜야하는 부담도 크다”면서 “방어에만 시간을 소비할 경우 과연 윤석열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각인, 지각될 것인지에 염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으로서의 통치능력을 극대화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통치능력과 관련한 윤 후보의 강점항목은 ‘정책추진 능력’(8.5%), ‘전문성 있는 인재등용’(8.1%), ‘개혁적 정책실천 능력’(7.8%), ‘국민의견 수렴능력’(5.5%), ‘국민통합 능력’(5.0%) 등 순으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의 응답 비율은 37.8%로 높았다.

통치능력과 관련한 윤 후보의 약점은 ‘갈등조정 능력’(9.4%), ‘미래비전 제시 능력’(9.3%), ‘위기관리 능력’(8.6%), ‘국민의견 수렴능력’(7.4%), ‘국민설득 능력’(7.2%) 등이다. ‘모름·무응답’은 18.1%였다. 특히 미래비전 제시와 위기관리, 갈등조정 능력 등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이유는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 연구위원은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 통치능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통합 능력(5.0%)이 윤 후보의 강점 중 하나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오히려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이재명 후보 약점에 나타나지 않는 미래비전 제시 능력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통치능력 부문에서도 향후 미래비전 제시 능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후보가 자기 상품이 뭔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반문재인 기치만 내세우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정책을 틀어쥐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정책 비전 제시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이데일리·엠앤엠(M&M) 전략연구소 공동 기획으로 PMI 자회사 리서치퍼스트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응답률 68.4%)을 상대로 지난 13~14일 실시한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설문대상은 리서치퍼스트 자체 구축패널에서 무작위 추출했으며 온라인조사로 이뤄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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