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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은 바닷속 먹거리도 육지만큼이나 풍성한 계절이다. 그중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의 대명사로 꼽히는 게 가리비다. 가리비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통통하게 살이 올라 그 속에 단맛을 품기 시작한다.
가리비는 소라와 더불어 모양새가 아름다운 조개로 꼽힌다.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에 등장한 조개도 가리비다. 그래서 부르는 별칭도 다양하다. 부채를 닮아 ‘부채조개’, 아름다운 단풍잎을 닮아 ‘단풍조개’, 너무 예뻐서 ‘양귀비 혀’ 등으로 불린다. 급할 때 패각을 여닫으며 헤엄치듯 이동한다고 해서 ‘헤엄치는 조개’로도 알려져 있다.
경남은 국내 최대 가리비 생산지다. 전국 가리비의 95%를 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고성은 경남 가리비의 7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고성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자란만을 중심으로 가리비 양식을 시작했다. 자란만은 가리비 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조류가 빠르지 않고 가리비 생육에 적합한 수온과 영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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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맛과 영양가도 다른 곳보다 뛰어나다. 일단, 다른 어패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 또 글루타민을 포함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의 골격 형성에 도움을 준다. 칼슘과 철분 성분도 많아서 골다공증 같은 뼈 질환에도 좋다고 한다. 항산화 성분인 셀레늄이 풍부해 항산화 작용, 피부노화 방지, 피부탄력 유지 등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타우린 함량이 높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줘 고혈압,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가리비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은 패주, 즉 관자다. 육질이 쫄깃하고 단맛이 뛰어나다. 특히 날씨가 추워질수록 단맛이 더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단맛을 내는 성분이 아미노산인 글리신으로, 간해독을 돕고 숙면을 유도해서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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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특유의 단맛과 쫄깃함을 즐기려면 구이와 찜이 최고다. 구이나 찜 요리는 껍데기째 조리해야 한다. 요리 전 해감은 필수다. 빛이 들지 않는 곳에 가리비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을 넣은 후 3시간 정도 해감해서 조리해야 한다. 구이와 찜에는 별다른 조리법이 필요 없다. 구이는 석쇠를 이용한 직화와 오븐구이 다 가능하다. 시원한 국물을 맛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가리비탕으로 끓여내는 것이다. 대파나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한소끔 끓이면 맑은 해장국이 된다. 소금 간도 필요 없다. 가리비 자체의 짠맛으로 자연스레 간이 된다.
고성 자란만 인근의 사천 삼천포항에 가리비 요리 전문점이 그나마 많은 편이다. 그중 일평수산은 사천바다케이블카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헤물탕을 비롯해 대왕가리비찜으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식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