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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이라도 보자"...이건희 컬렉션 식지않는 인기

김은비 기자I 2021.08.24 06:00:00

특별전 한달째 매진 행렬
이미 내달까지 예약 꽉 차 있어
도록, 평소보다 7.5배나 더 팔려
온라인엔 예약 비법 공유글 다수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한 달여 가까이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사전예약을 위해 매일 밤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정에 시작하는 예약이 1분도 안돼 매진됐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난주 평일에는 혹시나 현장에서 당일 취소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휴가를 내고 미술관을 직접 방문했지만 이마저 실패했다. 결국 최씨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시 도록을 구매해 돌아왔다. 최씨는 “도록으로라도 어떤 작품이 있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찾은 사전 예약자들이 전시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전시의 인기가 개막 1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인기가 뜨겁다. 연일 매진 행렬에 예매도 시작 즉시 마감되다 보니 온라인에 전시 예약 비법을 공유하거나 관람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적은 글들이 다수 올라올 정도다.

23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이건희컬렉션’ 전시 예매는 오는 9월 5일까지 모두 매진됐다. 미술관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시간당 관람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한다. 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화·목·금·일요일 8회, 수·토요일 11회를 각각 운영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지난 1달간 약 7000명이 전시를 다녀갔는데 노쇼(예약을 했지만 취소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관람객)도 전혀 없을 정도로 전시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도 예약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1개월씩 전시 예약을 받는 박물관은 9월 12일까지 예매가 모두 마감됐다. 특히 박물관 전시는 9월 26일까지인 만큼 관람객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에는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국보·보물 중심으로 대표 문화재만 짧게 선보였는데 반응은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시 도록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도록을 제작해 8000원에 판매 중이다. 도록은 1개월 간 약 1500권이 판매됐다. 미술관의 올해 상반기 월 평균 도록 판매량 200권과 비교하면 7.5배에 달한다. 최근 1~2년사이 가장 인기 있었던 전시의 경우에도 도록은 2개월 간 1000부 정도 팔렸다. 미술관은 9월 초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도록 2쇄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따로 도록을 제작하지 않았다.

미술관의 경우 멤버십 회원은 사전 예약 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회원 가입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3만원·5만원·10만원 등 연회비를 내면 전시 무료 관람, 주차할인, 멤버십 라운지 이용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멤버십 회원의 경우 이번 전시를 예약없이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미술관은 코로나19가 심화되면서 멤버십 라운지가 문을 닫아 1년 가까이 신규 멤버십 회원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예약 경쟁이 이처럼 치열해지자 전시 관람이 무료인데도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암표’를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고 나라 및 당근 마켓 등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인당 3만~5만원 선에서 표가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거래가 완료됐다는 게시물도 상당수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무료인 관람권을 현금으로 판매할 시 예약취소와 이용에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들 홈페이지에도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는 이 같은 거래를 중지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한 상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번 전시는 오는 9월26일까지다. 박물관 측은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다양한 문화재를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내년 3월13일까지 전시가 진행된다. 방역단계 완화시 시간당 관람인원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 전시회 ‘위대한 유산을 함께 누리다-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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