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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자의 정석]미충족 의료수요에 주목하라

류성 기자I 2021.02.07 06:05:57

이데일리-LSK인베스트먼트 공동 기획 시리즈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창업자 및 대표
LSK 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대표 바이오전문 투자회사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앞에서는 목표 시장의 선정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주로 임상의 용이성 관점에서 봤다면 이번에는 시장의 크기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의료 시장에서 시장의 크기는 미충족 의료수요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충족 의료 수요의 판단 기준은 환자 수가 아닌 환자의 절박함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절박함과 관련된 대표적인 예인 희귀질환 치료제의 예를 들어보자. 희귀질환인 수포성 표피박리증은 피부를 만드는 데 필요한 특정 유전자가 선천적으로 없는 질병이다. 결과적으로 외부 감염에 대한 1차 장벽 역할을 하는 피부 형성이 부족해지고 환자는 각종 감염질환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부분의 환자는 어린 나이에 사망하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3만여 명, 한국에는 200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소비자의 수가 적어 개발해도 많은 양이 팔리지 않을 것인데, 많은 개발비를 투자해야 하는 희귀질환의 경우 미충족 의료 수요의 개념이 아닌 일반적인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치료제를 개발할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미충족 의료 수요, 즉 환자의 절박함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다.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는 외부 감염을 막아주는 피부 형성이 부족하므로 전신에 붕대를 감아줘야 한다. 인공적인 장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전신에 감은 붕대는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붕대 교체만 1년에 3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치료다. 비용도 문제지만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어야 하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 이런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아도 성인이 되기 전에 대부분 사망이 예상되는 상황은 큰 미충족 의료 수요를 만든다.

미충족 의료 수요, 즉 환자의 절박한 입장에서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다고 해서, 치료에 대한 절박함이 덜하지 않다. 환자가 지출할 의지가 있는 비용은 절박함에 비례해서 올라갈 것이다. 또한 적은 수의 환자가 보험 업계에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셈이어서 많은 나라가 희귀질환에 대해 정부 지원이나 보험 급여를 제공한다.

결국 환자와 보험이 부담해야 하는 3천만원의 전신 붕대 교체 비용은, 치료제만 개발된다면 약값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 또는 환자 가족들의 모임이 구성되어 있어 질병 및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규제 기관에 치료제 개발을 독려하는 이권 집단의 역할을 하며 나아가 치료제 개발을 돕기 위한 재단을 구성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많은 회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의 경우 허가에 필요한 기간 및 비용을 줄여 시장에 빨리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미충족 수요와 관련된 시장의 수요를 좀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환자의 절박함과 관련된 시장 요소를 판단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충족 수요가 표면적으로 크게 보일지라도 대체 의약품의 존재 또는 보험회사의 입장에 따라 시장 규모가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과 관련된 미충족 의료 수요도 함께 높아진다. 대표적으로 발기부전 치료제, 탈모 치료제, 미용과 관련된 의료기기 및 치료제 등이 있다. 이런 종류의 약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해결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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