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우뚝 세운 것은, 부드럽게 솟구치는 어떤 기운인 듯하다. 종국엔 하늘을 떠받들었다. 옆에 뉘인 것은, 산 혹은 물의 굴곡을 더듬은 형상인 듯하고. 서고 누운 두 덩어리의 공통점이라면 유려한 흐름이랄까. 무겁고 단단한 강철 소재를 주무르듯 만져 유연한 곡선으로 만들었다.
작가 김태수(59)의 손끝이 빚은 이 작품은 이름 하여 ‘아니마 아니무스’(Anima Animus·2019).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만들었다는 이 용어는 ‘무의식구조를 구성하는 심상’이란 뜻.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겐 반복·지속하는 사고·행동패턴이 있다는 융의 생각을 작가는 자신의 철 조각에 얹었다. ‘에코 플로우’(생태 흐름)란 연작 중 한 점으로 말이다.
사람뿐이겠나. 자연과 생태도 생명력의 리듬감을 유지하려는 행태에선 다르지 않단 의미일 거다. 10년 전쯤 시작했다는, 유기체적 추상조각이 점점 진화한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에코 플로우’(Eco Flow: See, Look, and Find)에서 볼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에 채색. 70×50×160(h)㎝, 120×43×70(h)㎝. 작가 소장. 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