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중남미 국가의 신용도가 ‘투자부적격(정크)’으로 투자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환율도 불안해 선뜻 중남미 투자에 나설 기관투자가를 찾기기가 쉽지 않다. 펀드 조성에 상당한 시일이 결릴 전망이어서 중남미 지역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투자은행(IB)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는 NH투자증권의 애초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IDB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경제 개발을 위해 1959년 설립된 다자개발은행으로 현재 역내 26개국과 역외 22개국 등 총 48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5년 47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 중남미 국가신용도 대부분 ‘투자부적격’
NH투자증권은 IDB와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민간 부분 금융 지원을 위한 펀드를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3억 달러 규모의 1호 펀드를 NH-아문디자산운용에 설립하고 NH투자증권은 기관투자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투자집행은 IDB인베스트가 맡아 역내 26개 회원국의 금융, 에너지, 인프라 등의 민간기업에 선순위 대출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MOU를 체결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펀드 설립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중남미 국가 대부분 신용도가 투자부적격(정크)이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Ba1부터 ‘정크본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BB+ 부터 정크본드로 규정하고 있다. 중남미 주요국 중 유일하게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을 받은 칠레와 간신히 정크본드 한 단계 위에서 턱걸이한 페루와 멕시코, 콜롬비아, 우루과이 정도만이 ‘투자 적격’으로 분류된다.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칠레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약 2단계가량 신용등급이 낮다. 남미 국가 특성 자체가 대부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에 가입하지 않은 점도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결성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며 “중남미 국가의 신용도 개선 여부가 가장 중요한 데 현재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을 고려하면 신용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시장을 국내 기관투자자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금융, 인프라, 에너지 투자를 내세웠지만 요동치는 환율과 높은 수수료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 정치적 불확실성도 발목
중남미국가들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투자 발목을 잡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세 번째 국가부도설(디폴트)이 확산하고 있다.
브라질 역시 보우소나루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이 최근 정부와 의회 간 갈등으로 삐걱거리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헤알화 가치와 채권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신흥국의 매력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중남미 국가는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다수의 기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 리스크도 고려하고 안정적 수익을 올릴 방안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정치환경과 경제에도 급성장하고 있는 중남미 시장 선점을 위해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3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발표한 총 50억 달러(약 6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혁신펀드(SoftBank Innovation Fund)’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펀드는 인터넷·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IT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남미 시장에 투자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주요 투자처로 꼽는 국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 등으로 그룹 자회사가 IT 관련 투자를 하는 지역”이라며 “중남미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인구 규모를 고려한다면 한국도 전자상거래와 헬스케어·운수·보험 분야 등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둬 시장 선점에 나서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