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이광수 기자] 집값은 그동안 무섭게 오르다 이제야 진정 국면에 들어섰고, 증시도 이달 들어 고꾸라진 상황이라 자산 디플레이션을 논하는 것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집값 급등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광주와 대구 등 특정 지역에 한정된 현상이다. 지방 중소도시는 2016년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도 상승 추세가 꺾여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자산 디플레이션에서 시작된 만큼 작은 신호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산 디플레이션의 핵심은 자산 가격이 앞으로도 떨어질 것이라고 경제 주체들이 판단하고 전망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 같으니 자산을 팔거나 안 사게 되고, 이로 인해 자산 가격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자산 가격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기대가 너무 낮아지지 않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년 이상 하락세를 이어온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역 맞춤 부양책을 쓰고 증시는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일 만한 경기 활성화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의 수익성이 장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도록 하려면 기업 활동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 환경 악화에 가장 충격을 가한 것이 노동비용 증가인 만큼 정책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증시 하락폭이 더 큰 것에 대해 정책 당국자들이 좀 더 고민을 하고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전향적으로 대응한다면 그만큼 증시 바닥도 더 빨리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기금을 동원하는 등의 단기 처방전보다는 중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같이 시행돼야 구조적인 반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자산 뿐 아니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주요 포인트로 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주식의 하락 추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현재 물가상승률 수준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다. 전월보다 0.5%포인트 확대되면서 지난해 9월(2.1% 상승)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초중반대에 머물다 1% 후반대로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