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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외의 여성과 절대로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한 ‘펜스룰’은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필요한 회사나 사람도 있겠다 싶다. 박씨는 일부 허위로 판정난 미투 사례를 보면서 ‘무고죄 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게시판 청원에 서명했다.
◇ ‘미투공작설’ 편협한 진영논리 산물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운동이 역풍을 만났다. 성폭력 가해자들로 지목당한 인사들이 목숨을 끊거나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고소하는 등 가해 의혹자가 실제로는 미투운동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오면서부터다.
전문가들은 권력형 성폭력이 곳곳에서 손쉽게 자행되는 우리사회 현실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일부 부작용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해 미투운동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미투 역풍 중에는 ‘미투 공작설’이 있다. 미투 폭로 대상에 진보계열 인사가 상당수 포함되면서 등장한 음모론이다. 미투가 진보진영을 분열하기 위한 정치적 용도로 기획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미투가 피해자의 용기가 아닌 특정진영의 ‘꼭두각시’ 조정에 따른 결과라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 특히 범세계적인 미투운동을 지극히 협소한 국내시각만으로 보려는 진영논리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을 봐도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의 하나도 성윤리 문제”라며 “정치인의 마키아벨리즘(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에 비춰보면 성윤리에 대한 전근대적인 인식은 보수와 진보 양진영 모두 비슷하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것은 ‘사이비 미투론’이다. 미투에 특정 요건을 내걸어 이를 충족하는 것만을 ‘진짜 미투’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가짜 미투’로 제거해야 한다는 일종의 선별론이다. 권력관계하에서 이뤄진 반복적·상습적인 성폭력만이 미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성폭력 피해의 정도를 제3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억지 주장에 가깝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얼마나 많이 심하게 당했느냐가 미투 기준일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한 번의 경험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준다”며 “누군가 기준을 만들어 선별하는 가르마를 타는 순간 미투운동은 기획과 공작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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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대처법으로 등장한 ‘현대판 남녀칠세부동석’인 펜스룰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펜스룰은 성희롱·성추행에 엮일 만한 상황 자체를 피하거나 적극적으로 직장의 업무나 회식 등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는 또다른 성차별을 가져오고 남성 스스로 여성과의 공존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미혜 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남성과 여성은 공존해야 하는 파트너다. 하나의 성을 배제한 채 반대 성으로 치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펜스룰은 남녀간 대립을 더욱 조장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고죄 강화’ 주장도 자칫 미투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위 미투 폭로와 고소 등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수사 관행상 이미 피해자의 무고죄 의심은 과할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처벌수위를 강화한다는 게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실제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조사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런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며 “미투가 지금에야 나온 배경이 계속해서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사회분위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투 과부화론’도 온라인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연일 새로운 폭로가 터져나오는데 따른 피로감과 미투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다. 이는 기존 권력지형을 훼손하고 싶지 않은 남성 중심의 방어기제일 가능성이 크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사회의 가장 오래된 성차별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에 피로감이 있다거나 가짜 논쟁을 하면서 진영구도로 돌리는 것은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세월호 문제를 제기했을 때 계속 ‘시체팔이를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과 같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