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작년 비싼 가격 때문에 기업 인수 힘들었다"

방성훈 기자I 2018.02.25 08:49:24

24일 주주 연례서한서 "인수 대상 지속 물색하고 있어"
연이은 M&A 불발로 현금성 자산 125조원 달해

워런 버핏.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사업 동반자인 찰스 멍거 부회장과 함께 인수할 기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엔 인수가격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적정 가격에 인수·합병(M&A)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버핏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버크셔가 목표로 하는 수익을 올리려면 한 건 이상의 거대한 인수가 필요하다”며 “버크셔가 최근 인수 가뭄에 시달리고 있지만, 찰리와 나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크셔는 지난 해 온코일렉트릭을 90억달러에 사들이려고 시도했으나 가격 경쟁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또 그가 대주주로 있는 크래프트하인츠 역시 영국·네덜란드 합작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 인수를 포기했다. 버크셔는 사모펀드 3G캐피탈과 함께 크래프트하인츠의 지분 5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유니레버를 사들여 네슬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식품회사로 키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국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결국 인수 제안을 철회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 해 월가에서 활발한 투자가 일어나면서 인수가격을 높인 것이 “사실상 장벽이 됐다”면서 “파일럿트레블센터 지분을 사들인 것이 합리적인 가격에 진행한 유일한 거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금리 역시 인수가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2017년엔 엄청나게 싸게 부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업)구매 활동이 활발해졌다. 부채 조달을 통해 이뤄진 고가의 계약은 결과적으로 주당순이익을 높였다”면서 “가치 투자에 중점을 두는 버크셔는 부채 조달을 통한 구매엔 관심이 없으며, 부채의 상당 부분을 개별 사업에 할당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잘못됐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160억달러(약 125조106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수익률이 낮은 현금 또는 단기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버핏 회장이 지난 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09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을 단기물인 1년 이하의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데 썼다고 보도했다.

버핏 회장은 다만 “미국의 경제적 토양은 여전히 비옥하다”면서 “주식이 합리적인 가격에 있다면 장기적으로 채권보다는 주식이 덜 위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핏 회장은 이날 버크셔의 지난 해 순익이 449억4000만달러(약 48조4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240억7000만달러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수익이 290억달러(약 31조28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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