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데스크의 눈]자본시장 새 플레이어 '초대형IB' 키우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정수영 기자I 2018.02.08 04:00:00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미국 포천지가 2015년 뽑은 ‘세상을 바꾼 혁신기업’은 구글도 애플도 페이스북도 아니었다. 아프리카 케냐의 이동통신회사 ‘엠페사’(M-Pesa)였다. 포천지가 주목한 것은 이곳에서 일어난 모바일금융혁명이다. ‘케냐는 전 국민의 약 70%가 모바일뱅킹을 이용한다. 이른바 금융혁명이 아프리카의 빈곤국가 케냐에서 일어났다. 이는 케냐의 금융서비스가 워낙 낙후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은행 네트워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쉽고 편리한 모바일은행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모바일뱅킹을 하기 위해선 은행계좌나 신용카드,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는 정보기술(IT) 선진국, 대한민국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변화와 혁신은 항상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새로운 산업도 마찬가지다. 케냐와 달리 선진국에서 인터넷뱅킹·핀테크·공유경제·블록체인 등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현실이 대표적이다. 자본시장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야심찬 포부로 시작한 초대형 투자은행(IB)은 1년 넘게 답보 상태다. 대형 증권사 5곳은 자기자본을 4조 이상 늘리며 열심히 준비해왔지만 지금까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중한국투자증권 한 곳 뿐이다. 나머지 4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는 발행어음 사업 심사 자체를 못받고 있다.

여기에는 상업은행인 기존 은행들의 반발이 컸다. 발행어음은 원금보장이 안되는 투자상품으로 예금과 다르고, 조달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의무 투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꾀하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은행권은 결국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 업무 모두 일반 상업은행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나온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권고도 투자시장 확대가 아닌 감시감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바가 크다. 정부도 이 같은 논리에 정부도 한발 빼는 모양새다.

기존 산업의 반발로 늦어진 초대형IB 사업 인가는 또 다른 걸림돌에 봉착해 있다. 금융권의 채용비리,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에 발행어음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올해 상반기 안에 두번째 발행어음 승인 기업이 나오지 못할 판이다.

그렇지만 아예 기대가 꺾인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업계는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서 희망을 읽고 싶어한다. 최 위원장은 올해 금융산업 정책에 대해 ‘무술통공’(戊戌通共)이란 4자 성어를 내걸었다. 1792년 정조가 시전상인의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난전(일반상인)을 허용한 개혁정책 신해통공(辛亥通共)을 본떠 만든 혁신정책이다.최 위원장의 무술통공이 단지 은행업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으로 믿는다. 금융 후진국 케냐가 모바일에서 기적을 만들었듯 IT와 금융선진국 대한민국이 금융투자시장의 새 플레이어를 양성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