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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펄펄 끓을 때… 변두리 왕따지역 속만 '부글부글'

박민 기자I 2018.02.06 05:00:00

노원·도봉·구로구 등 주택시장 여전히 찬바람
다주택자 규제로 갭투자 사라지며 매수세 ''뚝''
서울 아파트값 1.38% 오를 때 금천구 0.04% 그쳐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박민 기자] “매수 문의요? 뜸합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보다는 시장 분위기는 조금 나아졌지만,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오르는 강남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괴리감만 심한 편이죠.”(서울 노원구 상계동 A공인 관계자)

연초부터 무섭게 질주하는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가 인접 지역으로 퍼지고 있지만 노원구 등 외곽지역은 아직까지 큰 가격 움직임이 없다. 지난달 아파트 거래가 소폭 늘었지만 집값은 8·2 대책 이전 수준이거나 조금 웃도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불리는 이들 지역에선 강남 집값 상승이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내는 것) 열기가 뜨거웠던 노원구는 8·2 대책 직격탄을 맞아 매수세가 뚝 끊긴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계동 일대 오름폭은 2000만~3000만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올 들어 웬만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값이 1억원 넘게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실제 상계동 주공10단지 전용면적 58㎡형은 지난달 4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한 달전(3억8000만원)보다 2000만원 정도 오른 수준이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현재 4억2000만원에 달한다. 서남권 최남단에 위치한 금천구도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8건의 손바뀜이 이뤄지며 전년 동월(81건)보다는 거래량은 늘었지만 가격 변동폭은 미미한 편이다.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역세권 단지는 일부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지만, 역에서 거리가 먼 단지는 가격이 전년보다 떨어진 상태다. 독산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700여 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남서울힐스테이트가 현재 5억원대 후반인데 8·2 대책 전보다 1000만원이나 빠져 있는 상태”라면서 “집주인은 세금 규제 때문에 물건을 내놓지 않고, 매수자는 대출 규제로 자금 부담이 커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 은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강을 넘어 인접한 강북지역까지 자극하고 있지만, 외곽지역은 여전히 한파 속”이라며 “서울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교통이 불편하고 개발 속도도 더뎌 매수세가 약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 한 달간(1월1일~29일) 서울 아파트값은 1.38% 상승했다. 하지만 외곽지역은 평균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 금천구가 0.04%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이어 강북(0.22%)·도봉(0.29%)·노원(0.35%)·관악(0.46%)·구로구(0.58%) 등도 집값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전체가 겹겹의 부동산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서울 외곽지역까지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강남과 강북 주요 지역 주택시장이 강세를 이어갈 경우 ‘군집행동(Herding Behavior)’ 심리가 확산하면서 외곽지역 주택에도 매수세가 따라붙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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