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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부회장, 사업보고 받고 대전·서산 현장 방문
4일 업계에 따르면 최 수석부회장은 올들어 배터리 사업 현황에 대한 사업보고를 받고 현장 경영에 나섰다. 지난 4월말에는 대전 R&D(연구개발)센터와 서산 배터리 공장에도 직접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횡령 혐의로 3년3개월여간 복역 후 작년 7월말 가석방 출소한 최 수석부회장은 아직 복권이 되지 않아 공식적인 경영 참여는 미루고 있지만 물밑에서 배터리 사업의 성장방안을 고민하고 조언하고 있는 것.
최 부회장 출소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SK그룹이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다양한 경영 전략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최 부회장은 당시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 창출, 경제살리기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올들어 배터리 공장 증설 계획을 수립하고 배터리 분야 경력사원 채용에도 나섰다.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과 마케팅까지 사실상 배터리 사업 관련 전 분야에서 인력 확충이 이뤄졌다. 경쟁사인 LG화학, 삼성SDI뿐만 아니라 배터리 분리막, 양극재, 음극재 등 소재 관련 업체, 전기차 이해도가 높은 완성차 업체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사 경력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경력사원 채용은 결원 발생시 꼭 필요한 자리에 최소 인원을 충원하는 식이었다면 올해는 우수한 인재를 충분히 확보해 사업을 확장하는 차원”이라며 “그동안 갖가지 루머로 다소 위축돼 있던 배터리 사업부서 직원들이 올해는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월말 배터리 생산설비 5,6호기 추가 증설을 결의한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현재 1.9GWh(기가와트시)급 생산능력을 내년 중 두배 이상(3.9GWh)으로 확대하는 계획이다. 이는 연간 14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2020년까지 10GWh로 늘리고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잡았다.
◇사업전망·투자여력·정부정책 모두 ‘청신호’
최 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단순히 결자해지(結者解之·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 차원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배터리 사업 전망이 밝은데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 여력도 충분한 상황에서 새롭게 들어선 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역대급 이익을 창출하며 충분한 투자 실탄을 비축했다. 김준 총괄사장은 올해에만 화학, 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분야 등에 최대 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핵심은 배터리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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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세계 전기차 시장이 2015년 230만대 수준에서 2020년 970만대, 2025년 23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역시 이에 발맞춰 2015년 25GWh 규모에서 2020년 440GWh, 2025년 1400GWh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세먼지 저감 공약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호재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신규구매 차량 70%를 전기차 등으로 대체하고 친환경차 구입 보조금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히는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최 부회장의 복귀에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 시장 전망, 투자 여력 등이 맞물리면서 그동안 침체돼있던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며 “인력과 설비를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가운데 추가 수주가 얼마나 뒷받침될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