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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40) 500V(오백볼트) 대표는 최순실 사태의 불똥이 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에 정부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라며 “정치권이나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한 생태계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민간주도형 스타트업 육성에 대해서 김 대표는 “생태계 지원 자체가 정부주도로 왔기 때문에 어찌 됐건 정부가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게 현재로선 옳은 해결책”이라고 답했다.
◇느슨한 얼라이언스 모델·B2C 치중 스타트업, 전망 어두워
500V와 옐로모바일 같이 사업화된 벤처연합 모델을 제외하더라도 올 한해는 다양한 스타트업 분야에서 얼라이언스(연합) 모델이 화두가 됐다. 실제로 야놀자·쏘카·요기요 등이 주도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얼라이언스’ 등은 실제 수면 위로 그 진행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파급력을 보이지 못한 것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언론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세 군데서 얼라이언스 시도가 있었다”며 “이 중 단 한 곳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단순 집합체로는 구속력이 떨어진다며 2000년 초 같은 이유로 시작했다 실패한 메디슨의 ‘벤처연방’ 모델을 답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O2O 비즈니스에 대한 의구심도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최근 무료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인 비트앱이 문을 닫았다. 국내 대표 O2O 모델이라 일컫는 배달의민족·여기어때·쏘카 등이 지난 1~2년간 적게는 100억원대, 많게는 700억원 가까운 투자를 받았지만 과다한 마케팅 비용 소요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겨우 흑자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에 치중한 것이 우리 O2O 스타트업의 위험요소라 판단했다. 그는 “내수시장에서 B2C로 제대로 수익이 창출되고 있는 앱이 얼마나 되느냐”며 “미국마저도 극소수의 B2C 앱만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는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나 글로벌한 사용자를 확보한 페이스북 모델이 아니라면 한국에서 B2C-O2O는 전망이 어둡다고 진단했다.
◇신규 스타트업 진입자…“6개월 안에 매출 올린다는 각오 필요”
이런 상황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김 대표는 ‘6개월’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많은 청년들이 ‘VC(벤처캐피털)한테 투자받고 하면 돼’라는 사고방식에 젖어있다”며 “투자를 안 받은 상태서 6개월 안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500V도 마찬가지라며 “2년 안에 상장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니 어떻게든 그 안에 맞췄다”며 “6년을 매출 목표로 잡으면 6년 후를 생각하는 게 사람 심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초기 스타트업은 너무 완벽함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창업자는 개발에 30~40%의 시간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고객을 확보하는데 써야 한다”며 “단돈 100만원이라도 실제로 버는 게 중요하지 UI(사용자인터페이스)·UX(사용자경험)·트래픽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충범 대표는…
대학졸업 후 신림동에서 외무고시를 준비했다. 부친의 회사인 산업용 마스크 업체 도부라이텍이 위기에 빠지자 경영을 맡아 업계 1위로 만들었다. 홈쇼핑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도니도니돈까스·김혜자 국민김치, 서울메트로 1·3·4호선 광고사업자인 이피피미디어 등 9개 사업을 운영해 반석에 올려놓은 성공한 기업가다. 2015년 빠른 투자금 회수(EXIT·엑시트)를 기치로 한 ‘주식 교환’ 모델의 벤처연합 500V를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