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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F 2016]“빅데이터로 생각하는 AI, 문학예술 깊이 못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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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I 2016.06.13 06:00:00

장진 영화감독 인터뷰
“빅데이터 활용하는 인공지능 인간고유의 ‘육감’ 표현 못해”
“AI 이용하고 만드는 건 인간..사람·자연에 더 관심 가져야”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무척 흥미롭더군요. 알파고가 놓는 수를 보는 재미가 아니라 알파고가 인간의 예측대로 수를 뒀을 때 혹은 인간의 예측을 빗나간 수를 뒀을 때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 말입니다.”

△장진 영화감독
12일 영화 연극 TV 이제는 모바일까지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대중문화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손꼽히는 장진 감독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올초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알파고의 대결에 대해 이 같은 관전평을 내놓았다.

공상과학영화로도 불리는 SF영화는 이미 수 십 년 전에 인공지능을 예언(?)했다. 미래는 이럴 것이다며 스크린에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해 보였다. 운전자가 없이도 자동차가 움직였다(전격 Z작전). 로봇이 아이와 가사를 돌봤다(‘바이센테니얼 맨’).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을 인간에 위협적인 존재로 그리기도 했다.(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인간과 인공지능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인공지능 시대를 맞는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장진 감독에게 물었다.

“바둑은 알고 보면 과학적인 사고를 요구해요. 사람이 인공지능에 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그런 것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인공지능은 현실이다. 방대한 정보를 취급하는 금융계, 의료계 등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더 나아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예술의 영역까지 넘보게 된 세상이다.

“물론 바둑에는 과학적 사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육감 같은 것이 있어요. 육감적인 부분이 인간을 인공지공보다 낫다고 여기게 하죠. 이세돌이 알파고에 졌을 때 사람들이 놀란 것도 그 때문일 거예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육감적인 부분까지 닿은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요. 인공지능이 문학작품을 쓴다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엄청난 데이터 안에서 컴퓨터가 분석해내 도출한 결론들, 딥러닝의 결과입니다. 인간이 사용한 수많은 단어와 문장의 조합, 그것에 반응하는 수치를 계산해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뽑아내는 거예요. 하지만 문학은 바둑처럼 누구를 떨어뜨리고 붙이고 하는 게임이 아니잖아요. 문학이나 예술을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닐까요.”

대중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그는 문학이나 예술과 더불어 대중문화 콘텐츠도 인공지능에 쉽사리 극복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빅데이터를 가동시켜서 ‘러닝타임은 몇 분이 적합하더라’, ‘영화가 시작된 후에 몇 분 후에 어떤 쇼크를 줬을 때 관객이 영화에 몰입을 하더라’, ‘이 영화를 지지하는 댓글이 어떤 시간대에 올라와야 댓글을 많이 보더라’, 이런 식의 전략적인 활용은 가능하겠죠. 하지만 대중문화는 후경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인공지능은 후경을 담는 것이 아닌 현상만 가지고 놀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혈안이 돼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인공지능이 범죄를 예측하는 이야기로 놀라움을 안겼다. 실제 범죄자의 특징,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한 범죄 예측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개발에 착수했다.

“인공지능이 매력적인 건 며칠 후, 몇 주 후의 미래를 보여줘서가 아닐까요. 사람들이 점집을 찾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빅데이터가 온라인 상에 기록된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서 1주일 후에 주가가 폭등 또는 폭락할 거라고 예측하거나, 어딘가에서 테러가 일어날 거라고 가정해보면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죠.”

그렇다고 예측 가능한 미래가 장밋빛일지는 알 수 없다. 인공지능 시대가 어떨지는 전적으로 인공지능을 다루는 인간에 달렸다. 장진 감독이 인공지능 시대를 맞으며 인공지능보다 더 인간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는 “20,30년 전에 기술이 지금의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듯이 영화는 가끔씩 미래를 보여준다”며 “기술도 기술이지만 (인간의) 정서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후자에 주목했다. 영화를 보면 인공지능을 만든 인간이 오히려 더 잔인할 때가 있다. 영화 ‘에이아이’에서는 인간이 로봇보다 더 악하게 표현된다. 그런 미래를 맞지 않기 위해 현재에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으로 시선을 돌릴 때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이다.

“영화의 영향 때문일까요. 우리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피아 개념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해칠 가능성, 그러니까 인공지능의 디스토피아는 거의 아닐 거라고 봐요. 인공지능은 스스로 판단해 움직인다고 보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그렇다면 중요한 건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이용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요즘 아이들은 PC나 스마트폰에서 눈과 손을 떼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공학자나 미래학자가 될 텐데 그들이 인간에 대해서 또 자연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할까요. 그런 점에서 사람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람이 중요한 시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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