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래부의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며

김현아 기자I 2016.03.24 01:13:4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례적으로 기자 설명회를 자청해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M&A)에 대한 심사 절차를 설명했다. KT-KTF 합병 때나 LG통신3사 합병(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때는 없었던 일이다.

워낙 말도 많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분야여서 그러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1일 두 회사가 정부에 인허가를 신청한 뒤 이번 M&A는 다른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이동통신 분야의 1위 기업이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 1위 기업을 인수하는 모양새라 경쟁 회사들은 대표이사(CEO)까지 나서 합병 불허를 주장한다. KT는 합병이 성사되면 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를 SK텔레콤이 빨아들여 KT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3% 정도 떨어지고 영업이익이 연 6000억 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KT 한 임원은 “합병이 되면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기간이 8년 정도에서 4년으로 줄어듭니다.”라고 하소연한다.

LG유플러스 역시 지금까지 정부가 대형 M&A에서 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해 단 인수조건들은 거의 효과가 없었다면서 불허만이 정답이라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유료방송시장에서 KT에 버금가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나오면 미디어 시장에서의 지상파의 위치 내지는 권력을 뒤흔들 수 있다고 보고 합병반대를 주장한다.

처음 SK텔레콤이 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했을 때는 이처럼 논란이 뜨거워질 줄 몰랐다. 그저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군(KT-스카이라이프)와 경쟁하는 강력한 2위(헬로비전 합병SK브로드밴드)가 탄생하고, 이를 계기로 LG유플러스나 티브로드, 씨앤앰 등의 추가 M&A도 활성화되겠거니라고 생각했다.합병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은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에서 KT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결합상품 규제 완화와 2008년 IPTV 상용화 이후 케이블TV가입자들이 급속히 통신사 IPTV로 옮겨가 “이대로 내버려두면 케이블TV는 다 망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케이블TV의 종사자 수가 줄고 있는 것이다. 국내 케이블TV 종사자 수는 2014년 말 4692명에서 2015년 상반기 4569명으로 2.6% 줄었지만,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는 320명에서 340명으로 6.3%, IPTV 3사도 645명에서 665명으로 3.1% 증가했다.

이번 합병에는 긍정적인 효과도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미래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가 어떤 최종 결정을 하든지 간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사를 통해 이 부분을 발라내 주길 기대한다. 긍정 효과가 더 많다면 인수합병이 승인될 것이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면 불허 하면 될 일이다.

만약 이번 M&A를 허용하기로 한다면 ‘콘텐츠 투자 확대’라는 기대효과는 극대화하고, ‘이동전화 지배력 전이’라는 우려는 최소화하는 방안을 인가조건으로 내놓기 바란다. 특히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인수 조건이 붙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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