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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투자 시대]②수수료 3분의1로도 `훌륭`…자산관리 맡겨봤더니

정병묵 기자I 2015.10.14 05:06: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최재용(가명·37)씨는 올 4월말부터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해 500만원의 자금을 운용해왔다. 4월말 위험자산(ETF) 75%, 안정자산(해외채권 등) 25%의 비중으로 투자자금을 굴렸는데, 로봇이 제안한대로 7월초 그리스발 유럽 금융위기 이후 위험자산(ETF) 50%, 안정자산(해외채권 등) 50%로 각각 조정했다. 이후 9월 중순 중국 증시 폭락이 있었고 9월말 기준 최종 수익률은 3%였다. 같은 기간 유사한 구성의 한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 수익률은 -3%였다. 기존 상품 수익률보다 6%포인트 더 높은 수익을 거뒀다. 이는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 AIM이 실제 사례를 통해 모의투자를 실시한 결과다.

오인대 KDB대우증권 파트장은 “고객마다 성향과 자산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자문사의 상품을 구축해 놓는 것이 핵심”이라며 “어떤 고객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어떤 고객은 은행 이자보다 높은 5% 정도의 수익만 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035420),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G마켓, 옥션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상품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고객은 포털을 통해 어느 사이트의 상품이 저렴한지 한 눈에 비교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쇼핑을 할 수 있다. 소위 `지식쇼핑`이라는 개념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도입하려는 모델도 바로 이처럼 인터넷 포털과 유사한 `플랫폼`이다. 증권사는 고객에게 계좌를 개설해 주고 소형 자문사 여럿이 입점한 투자 장터를 만들어 고객의 입맛에 맞는 투자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가장 이른 시기인 연내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KDB대우증권(006800)에 계좌 개설과 상품 이용에 대해 도움을 구해 간접 체험해 봤다. 다시 설명하면 증권사는 플랫폼 역할만 한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고객은 우선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자신의 투자성향과 목표수익률, 투자자산 배분에 대해 일일이 입력한다. 이를 통해 어떤 자산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개인 포트폴리오를 짜 준다.

그 다음은 자산 선택이다. 자문사에 따라 투자 자산이 다양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국내 투자자산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로 선택해도 되고 아예 귀찮으니 어떤 상품으로 운영하든 상관없이 매달 10% 정도 수익률만 내 달라고 설정해도 된다.

가장 큰 강점은 증권사의 기존 서비스 대비 3분의 1 가량 낮은 수수료율이다. 국내 A증권사의 P상품의 경우 채권혼합형과 적극투자형에 따라 0.8~1.5%의 수수료를 받는다. 아직 서비스 출시 전이라 확정은 아니지만 국내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수수료율을 0.5% 내외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경우 베터먼트는 0.15~0.35%, 뱅가드는 0.3%를 받고 있다. 찰스 슈왑은 전용계좌를 활용할 경우 아예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이후 계좌에 입금하면 개인이 짠 포트폴리오대로 주문이 개시된다. 자문사는 우선 포트폴리오대로 상품을 운용하되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라 필요한 변수를 설정해 투자 위험에 대비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투자 현황을 PC와 모바일로 매달 한 번 가량 받아볼 수 있다. 자문사에 따라서는 통장처럼 수시 입출금도 할 수 있다.

해외 업체와 달리 국내 증권사들이 플랫폼 모델로 우선 시작하는 것은 일단 생소한 서비스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성숙할 경우 해외처럼 증권사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시나리오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파트장은 “은행 이자로 여윳돈을 만들기 힘든 저금리 시대에 직접 투자에 위험을 느끼는 소액 투자자를 겨냥한 상품”이라며 “퀀트처럼 특정 대상을 위해 알고리즘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고객을 특화했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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