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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호의 벤처캐피털 세계]①문제는 M&A, 해답도 M&A

박철근 기자I 2015.09.04 03:00:00
[유석호 페녹스벤처캐피털코리아 대표]
유석호 페녹스VC 코리아 대표이사
올해부터 25년간의 벤처사업가로서의 여정을 마감하고 VC(벤처캐피털, 창투사)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여러번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그 회사를 키워 매각하거나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느낀 점중의 하나는 시장조사의 중요성이었다. 이번에도 VC의 삶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시장조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책을 읽고 인터넷을 뒤지며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됐다.

하지만 활자로 얻는 지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많은 VC 대표들이나 임직원들을 만나면서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내가 생각했던 VC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내가 진짜 이런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마저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VC는 멋진 사무실에 앉아서 찾아오는 기업들을 검토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투자하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좋은 회사를 발굴하기 위해 늘 경쟁해야 하고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하며 투자한 회사들을 지원 및 관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VC의 일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좋은 회사들이 찾아오는 VC들은 아주 일부이며 그런 곳들은 오랜기간 동안 인지도와 실적을 잘 쌓아왔거나 큰 기업의 자회사로 탄탄한 자본과 모회사의 지원 및 영향력이 있는 VC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VC들은 좋은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정보 습득에 능해야 하며 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부터 VC 사무실이 멋진 이유가 ‘우리는 이렇게 멋진 사무실을 가진 좋은 투자회사니까 우리에게 투자를 받아주세요.’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100개가 조금 넘는 창투사들이 있다. 오래 전부터 그 숫자가 비슷했다는데 늘지도 줄지도 않은 이유를 오랫동안 창투 업계에 있는 분께 여쭤보니 “전체 숫자는 비슷한데 문닫고 다시 생기고 해서 그렇습니다. 그 중에 주인이 바뀐 곳도 많구요.”라는 대답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엑시트, 즉 투자회수가 잘 안되서인데 잘못 판단해 가능성 없는 회사에 투자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괜찮은 회사라도 상장(IPO)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고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난 여기서 정답을 찾았다. 상장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M&A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한번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전략을 짜고 팀을 구성하며 마치 새로운 스타트업을 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엔젤투자가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도 엑시트(투자후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창업 후 평균 10년이 넘게 걸리는 IPO를 보고 투자하기엔 기간이 너무 길고 M&A 는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보니 투자자들 대부분은 그냥 묶여버린 상황이 된다. 어차피 벤처 투자는 확률게임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성공 확률은 있어야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많은 성공투자 사례가 나올텐데 스타트업은 개미 엔젤투자자의 무덤이 되기 십상이다.

돈은 피처럼 돌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엔젤투자가 되고 회사가 매각 또는 상장돼 투자금과 이익이 회수되고 다시 번 돈으로 재투자가 이뤄지면서 실리콘밸리처럼 벤처 생태계가 발전한다. 창업자 입장에서도 회사가 좋은 금액에 매각돼 본인의 인생을 바꾼 후 여력으로 다시 재창업하거나 투자자로 변신해 스타트업을 이끌게 된다면 선순환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스타기업들이 탄생하고 세계로 진출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현재 한국 벤처생태계의 동맥경화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최근에는 성공한 사업가들이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을 위해 인큐베이팅이나 엑셀레이팅을 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기사’를 600억원 넘는 금액에 인수한 다음카카오의 공격적인 M&A 행보도 벤처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회사들이 많이 나오게 되고 이런 M&A 를 통해 발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성공적인 엑시트하는 창업자나 엔젤투자자도 늘고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엔젤투자와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로 이어지게 되리라 믿는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창조경제는 경쟁력 있고 글로벌을 지향할 수 있는 여러 스타 기업들의 출현을 통해 가시화 되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회사의 출현일 수도 있고 기존 회사가 새로운 회사를 인수해 키운 결과일 수도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효과적인 지원에 힘입어 큰 회사들은 새로운 성장엔진을 위해 적극적인 인수전략을 펴고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면서 매각한 창업자들이 다시 스타트업 전선에 뛰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면 한국 전체가 실리콘밸리화 되는 날이 머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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