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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차관 "대기업 출자규제 완화해 한국 벤처 탈출구 만들어야"

이승현 기자I 2015.06.24 01:05:46

이데일리 인터뷰 "벤처 매각 어렵다..전향적 제도개선 필요"
"지자체, 창조혁신센터 잘 활용해야..사회문제 해결 R&D 강화"
"인터넷 전문은행 방안 잘한 일..미래 세대 보는 규제점검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승현 기자] 청년이 창업하기도 어렵지만 창업해도 ‘산 넘어 산’이다. 한국 벤처 기업에는 탈출구가 없다. 한번 실패하면 재기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맥킨지의 ‘벤처산업 선순환 구조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창업해 증시상장(IPO)까지 가려면 평균 12년이 걸리고, 대기업 등에 매각되는 인수·합병(M&A) 역시 0.4%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IPO까지 6.8년, 유럽연합 6.3년, 중국은 3.9년만에 상장할 수 있다. 미국은 2013년 M&A를 통한 엑시트 비율이 61.4%에 달했다.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이석준(56) 제1차관에게 탈출구 없는 청년 창업의 해법을 들어봤다.

이 차관은 “벤처기업이 회사를 팔 곳은 대기업 밖에 없다. (제도를) 전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부는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이 스타트업(7년 이내)에 출자할 때 공정거래법상 출자기준(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에 대한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밝혀 제동이 걸렸다.

그는 “공정위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 투자 때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 규정의 유예기간(현재 최대 4년) 연장에 대해선 협의를 많이 하고 있다. 다만 지분비율 인하(증손회사 지분 50% 이상 보유)에 대해선 공정위가 신중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차관은 “창업기업의 가치가 올라갔을 때 엑시트 하려면 상장이나 매각 등을 해야 하는데 매각이 어렵다”며 “사견이지만 이 부분을 바꿔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출자규제 완화를 포함한 스타트업 M&A 활성화 방안 등은 다음달 발표될 정부의 ‘벤처·창업붐 확산방안’에 담길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출신(행시 26회)의 정통 경제관료인 그가 미래부로 온 지 1년 가까이 됐다. 이석준 차관은 22일 미래부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창조경제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혁신, 미래 세대를 위한 규제개혁 등 업무전반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22일 오후 미래부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doorim@edaily.co.kr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더 완화해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에 대해선 창조경제의 한 사례로 높게 평가했다.

그는 “창조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와 과학기술이 금융과 교육, 의료 등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인터넷은행은 좋은 시도이고 해야하는 시도”라고 했다.

은산분리 규정 완화 등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한 추가 규제완화 조치에 대해선 “앞으로 더 완화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 차관은 이와 관련, 정부 규제는 미래 신산업의 시각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적 규제완화를 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규제가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규제의 목적을 이루는데 적합한 지 의문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규제가 5~10년 뒤에 먹거리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가 창조경제혁신센터 잘 활용했으면”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그의 핵심업무다. 전국적으로 17개를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 12개가 출범했고, 조만간 세종(SK)·제주(다음카카오)등이 예정돼 있다.

이 차관은 “혁신은 ‘창업’과 ‘기존 중소·중견기업 변화’에서 나온다. 두 가지를 위해 창조혁신센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대기업이 전담하는 독특한 운영체제에 대해서는 “대기업도 스타트업과 교류하면 좋은 것을 얻을 것이다. 부족한 혁신을 외부에서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이 왜 (지역의) 창업기업을 도와야하는 지 지자체에서 알려줘야 한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창조혁신센터는 지역의 혁신을 유도하는 플랫폼으로 반드시 존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22일 미래부 집무실의 벽에 붙어있는 구호와 업무현황 등이 적힌 대형 종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미래부와 산업부가 중복해 진행했던 미래 성장동력 과제는 현재 중복이 제거되고 시너지를 높이는 쪽으로 바뀌었다.
◇“국가 R&D, 국민에게 필요한 연구해야”

그가 생각하는 국가 R&D의 역할은 명확하다. 국가 R&D는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이기에 국민에게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

최근 발표한 정부 R&D 혁신안은 R&D의 주요 주체인 출연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이 각자 고유한 역할을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정부 정책과제 수행과 중소·중견기업 지원 역할이 주어졌다.

이 차관은 출연연의 기업지원 역할에 대해 “비효율 개선 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지금은 ‘기초연구-응용연구-개발-시제품 제작’과 같은 선형적 R&D 형태가 아니다. 미국의 ‘Lab To Market(연구소에서 시장으로)’ 구호처럼 기초연구를 하다가 바로 시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자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R&D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연구기관의 구조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건 너무 힘들고 소모적 논쟁을 만든다”며 “실제 연구현장이 바뀌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 R&D 역할을 강조하면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해 “감염병 분야 R&D를 다시 점검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래부는 R&D 혁신 일환으로 ‘X-프로젝트’나 시민연구사업 등 일반 국민이 직접 연구과제를 발굴해 제시하고 문제해결에도 참여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탈석유’ 연구과제인 ‘C1 가스정제사업’의 경우 핵심 수요자인 기업이 직접 과제를 기획하는 형태다.

10월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과학정상회의’에서도 미래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가 뼈대인 이번 회의에 아세안(동남아국가 연합) 장관들도 초청, 선진국과 아시아국가 간의 과학기술 논의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좋은 미래예측 방법은 직접 창조하는 것”

그의 집무실 벽에는 ‘13+13=20-6’이라고 적힌 큰 종이가 붙어있다.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발표한 13개의 미래성장동력산업 중 부처간 조율을 거쳐 20개의 통합과제를 확정한 내용이다.

그는 “미래부는 (부처간 조율기능이) 많이 부족하다. 강화해야 한다”며 “올해 업무보고(역동적 혁신경제)를 5개 부처가 함께 만들었다. 부처간 협업을 많이 해야 하고 집행과 평가도 같이 하고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차관은 “사람들은 청년실업 등 답이 없을때 미래부를 쳐다본다. 책임감이 생긴다”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창조)이다. 과학적 방법으로 창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출범 당시 정부 서열 2위의 공룡부처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 차관은 “미래부는 2년 반 된 ‘스타트업’이라며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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