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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신체성을 잘 보여주는 한국 배우들에게 이 작품이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일본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이자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노다 히데키(59). 그가 12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반신’을 소개하기 위해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노다 감독은 니나가와 유키오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일본의 주요 연극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대영제국 명예훈장인 OBE를 받기도 했다. 언어적 유희와 철학적 깊이가 녹아든 독창적인 작품들로 세계 연극계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지난해 ‘더 비’(The Bee) 이후 1년 만, 한국과 공동제작은 2005년 ‘빨간 도깨비’ 이후 9년 만이다. 공연에 앞서 사전에 진행된 간담회에서 노다 감독은 “‘반신’은 타인을 갈구하는 일반 사람들과 달리 혼자가 되고 싶다는 역설적인 욕망을 가진 샴쌍둥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며 “보편성을 갖는 테마라 한국 관객들도 잘 이해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1986년 초연한 작품으로 일본 순정만화의 대가 하기오 모토의 단편만화를 각색했다. 이번 공연에선 일본 스태프와 함께 주인영, 전성민, 서주희 등 한국의 대표 연극배우 12명이 호흡을 맞췄다. 몸이 하나로 붙어 하나의 심장을 공유하는 샴쌍둥이 슈라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노다 감독의 톡톡 튀는 장난기와 상상력도 만끽할 수 있다. 수시로 시공간을 이탈하고 현실과 환상, 극중극 사이의 경계까지 허물어버린다. “여러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즐거운 혼란’이라 정의하고 싶다. 작품 속 혼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나타내는 신체성으로 표현했다. 앞면이라 생각해서 따라가다 보면 뒤가 나오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이다.”
30년 전 작품을 올리는 것에 대한 걱정과 기대감도 표했다.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펼쳐보기 전엔 정확히 알 수 없다. 내년에는 나도 예순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실험적인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