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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전라남도 신안의 안좌도에서 태어난 수화 김환기(1913~1974)는 파리와 뉴욕 등 당대 세계미술의 중심지에서 활동했다. 서양의 추상미술을 한국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주목받았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는 평가가 따랐다. 덕분에 각종 미술품 경매에서 그의 작품은 늘 앞자리에 선다. 그런데 김환기의 작품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조선백자다. “내 예술의 모든 것은 백자 달항아리에서 나왔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오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백자대호, 빛을 그리다: 김환기·오수환’ 전은 조선백자에 매혹됐던 김환기의 1960년대 작품과 ‘서체적 추상화’의 작가로 유명한 오수환(1946~)의 작품을 조선백자와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김환기의 유화를 비롯해 과슈(아라비아고무의 안료로 그린 불투명한 수채화) 20점, 오수환의 유화 및 과슈 10점과 별도로 출품된 조선백자 50점이 한 공간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특히 조선백자 중에는 높이 40㎝ 이상의 백자대호(白磁大壺) 7점이 포함됐으며 그중에는 보물 제1438호, 제1439호로 지정된 것도 있다. 이른바 달항아리라 일컫는 둥근 모양의 백자대호는 18세기 조선백자의 백미로 손꼽힌다.
제작된 지 200여년이 지난 조선백자는 후대의 화가들이 그린 회화들과 묘한 공명을 이룬다. 공간을 압도하지 않고 배경이 된 그림들과 어울려 한 시공간에 스며들어서다. 전시장에서 백자와 그림을 번갈아 감상하다 보면 무더운 요즘 삼복더위 중에도 가을밤 서늘한 달빛의 청명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