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스템반도체 퀄컴·애플 양날개로 비상(飛上)

이재호 기자I 2014.07.16 06:00:00

세계 1·2위 AP 업체 동시 공급, 파운드리 강자 발돋움
내년 두자릿수 점유율 회복, 시스템LSI 흑자반전 기대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에 이어 퀄컴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까지 유치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신기술 연구·개발(R&D)과 생산역량 확충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성공을 애타게 바라 왔던 권오현 삼성전자 DS(부품)부문 부회장과 지난달부터 메모리사업부와 함께 시스템LSI사업부까지 책임지게 된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의 ‘투톱’ 체제도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애플 이어 퀄컴까지, 실리주의 결과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과 차세대 모바일 AP 공급을 위한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앙숙 관계였던 애플과도 내년 출시되는 아이폰7에 탑재될 모바일 AP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의 1, 2위 업체에 물량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기준 퀄컴과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52.4%와 15.5%로 집계됐다.

이번 성과는 삼성전자가 자체 모바일 AP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에서 탈피해 타사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주력키로 한 데 따른 결과다.

삼성전자도 모바일 AP 시장에서 8%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주요 업체 중 하나지만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을 비교했을 때 파운드리 시장이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실적을 높이는 데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모바일 AP 시장 규모는 173억 달러 수준이었던 데 반해 전체 파운드리 시장은 428억 달러로 2.5배 정도 더 크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9.22%로 4위에 그쳤다. 퀄컴과 애플의 모바일 AP 물량 대부분을 생산해 왔던 대만의 TSMC는 46.33%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전자가 퀄컴과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AP 제품을 생산키로 하면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위해 ‘절치부심’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 간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우선 TSMC 등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12년 말 14나노 핀펫(Fin-FET) 기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입체 구조의 14나노 핀펫 기술은 기존 20나노급 평면 구조보다 성능과 전력 효율성이 훨씬 높다.

현재 14나노 수준의 미세공정에 도달한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퀄컴과 애플이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도 앞선 기술력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생산역량 확대에도 힘을 쏟았다. 미국 오스틴 공장을 시스템 반도체 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4조 원을 투자했으며, 총 14조 원이 투입되는 국내 화성 공장 17라인도 시스템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게 된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와 14나노 핀펫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지만 TSMC를 견제하고 보다 많은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내년을 기점으로 두자릿수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실적도 빠른 속도로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1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체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스템LSI사업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다면 반도체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 10조 원 돌파도 노려볼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성패는 권오현 부회장과 김기남 사장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 9일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소감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못지않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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