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신년인터뷰]다이아몬드 "美실업률 고통스러울 만큼 높아..재정부양 필요"

이정훈 기자I 2014.01.08 06:03:02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실업률이 금융위기 때에 비해 크게 내려가긴 했지만, 아직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를 방치해선 안되며 지금처럼 낮은 인플레이션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때를 활용해 적극적인 장단기 재정 부양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경제정책과 실업 문제를 연계한 연구를 통해 지난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를 안았던 피터 다이아몬드(73)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발언을 회피하면서 인터뷰 내내 현재 높은 실업률과 미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정책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실업급여 지원 연장과 최저임금 인상, 이민법 개혁 등에 동조하면서 “고용에 관한 부양정책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다이아몬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근황이 궁금하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는데, 요즘에는 어떤 분야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는가.

△강의를 좀 강도높게 하는 편이라 연말에 아주 바쁘다. 그러면서도 연구는 계속하고 있는데 내 전공분야인 노동시장에 관심이 높다. 실업문제와 연금체계 등에 대해 기본적인 리서치 활동과 해당분야 정책 등에 대해 주로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새롭게 자본시장 규제를 주제로 연구를 해보려고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미국 실업률은 7.0%까지 내려왔다. 이를 근거로 연준은 지난 12월에 테이퍼링(양적완화(QE) 규모 축소)을 시작했다. 현 고용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연준의 출구전략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연준은 현재 실업률 상태만 보고 판단했다기보다는 개선되는 추이를 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나의 연구분야가 아니라 굳이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 이 때문에 내가 연준에 들어가지 못한 것 아닌가. (그는 지난 2010년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재닛 옐런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와 함께 연준 이사 후보로 지명됐지만,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공화당이 반대하자 2011년 스스로 사퇴한 바 있다) 다만 현재 7.0%라는 실업률 상태만 놓고 보면 아주 고통스러울 정도로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완전고용 상태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현재 실업률이 고통스러울 만큼 높다’고 했는데, 경기는 꽤 긴 시간 회복하고 있지만 실업률은 좀처럼 크게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어떤 지표를 가지고 노동시장을 판단하느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실업률은 많이 낮아지긴 했다. 그러나 한 두 산업에서 고용이 호조를 보이고 있을 뿐 경제 전반적으로 보면 충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실제 기업들이 채용하려는 구인건수(job opening) 대비 실업자수는 너무 높다. 현재 구인건수보다 실업자가 3배 많은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의 역사적 평균인 1.5배에 비해 2배나 높다. 이는 기업들이 채용하려는 인력 수요는 많은데 정작 일자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으로 그 만큼 기업 입맛에 맞는 구직자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장기 실업으로 재취업에 걸맞는 기능이나 지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월간 채용건수도 450만건으로 위기 이전 평균인 550만건에 크게 못미친다. 지금은 장기 실업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이고 이들은 자신의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크게 갉아먹고 있다. 반면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층은 일자리를 갖고 커리어와 업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제한적이다. 이는 젊은층의 미래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를 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구조적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장기 실업자에 대한 취업 재교육 강화와 학교내 과학과 수학 등 교육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또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가가 지원하는 제조업 분야는 사실상 하이테크나 에너지 등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능이 상당부분 필요한 일자리들이라 이런 교육이 중요하다. 아울러 기업들의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신속하게 이민법 개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고용 확대를 위해 인프라 스트럭처 등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재정분야에서 고용 부양정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오는 28일 시한이 종료되는 실업급여 혜택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보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경기는 상당부분 반등했지만 소득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상당수 장기 실업자들이 집중 포진된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책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특히 이를 통해 중산층들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져 소비가 줄어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반대론자들은 실업급여 지원을 연장할 경우 오히려 경제내 고용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어떤 연구에서도 입증된 바 없는 궤변이다. 고용에 관한 한 부양정책이 우선시 돼야 한다.

-의회가 최근 소규모의 재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재정정책이 경제 성장과 고용 확대를 도울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는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그야말로 아주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다고 본다. 당장 앞으로 의회에서 풀어 나가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전망을 갖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인구구조 변화와 소득 불균형 문제, 향후 경제 성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조세와 복지체계 등을 전면 개혁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의회가 대타협에 나서야할 상황이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하다고 본다. 이런 희망없는 상황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미국 의회는 전통적으로 위기가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 어떤 문제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식으로 일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도 계속 정치권의 교착상태로 애를 먹을 것이고 이 때문에 대타협은 쉽지 않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달리 사회 안전망이 더 취약하고 앞으로 복지지출을 더 늘려야할 상황이다. 어떤 해법이 있다고 보는가.

△미국도 그렇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가 위기 이전에 비해 낮은 성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세수는 당장 크게 늘어나기 어렵고 세출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답은 뻔하지 않나.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이나 대기업 등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높은 자본소득에 대해서도 적극 과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재원을 통해 경제 성장을 부양하는 재정지출을 유지하면서도 복지와 교육,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려 사회 안전망 확충과 사회 양극화 폐해를 해소하고 미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한국처럼 인적 자원이 큰 자산이 국가에서는 이같은 노력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이같은 증세가 대기업들의 투자나 고소득층의 소비지출 등을 위축시켜 경제 활성화에 역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우려 자체가 말이 안된다. 사실 우리는 사업이나 기업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그 속에 있는 개인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회사에서 일하는 최고경영자(CEO)나 변호사가 세금으로 얼마나 더 벌지, 덜 벌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경제 성장 차원에서 보더라도 이미 많은 부를 축적해둔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매기는 것은 앞으로 부를 벌어들일 기업이나 소득계층에 당장 세금을 더 매기는 것보다 경제에 더 부양적이다. 대기업이나 고소득층도 마찬가지다. 수익성이 좋아 보이는 새로운 사업만 있다면 세금 따위에 개의치 않는다. 미국에서도 공화당은 대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이 고용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최근 전세계적으로 보면 자국내 고용 창출의 주된 엔진은 중소기업들이다. 이같은 현상들을 냉정하게 바라본 뒤 세금정책을 짜야할 필요가 있다.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조세정책을 통해 소득을 어느 정도 재분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득 불균형 문제와 맞물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또다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최저임금은 반드시 인상돼야 한다. 이미 미국의 최저임금은 너무 오랫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인상돼야 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