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해운업계 '나홀로 다크호스'

정태선 기자I 2014.01.06 07:00:00

벌크선, 자동차선 규모 넘을 듯
연내 국내 벌크선 분야 선두도 가능

*현재(2012년 기준)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차그룹의 물류 전문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전문 해운업체로 영역 확대를 선언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벌크선 규모가 자동차선(PCTC)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작년 연말 기준으로 벌크선 규모가 3개월 단기용선을 포함해 50여척으로 자동차선(50여척)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 모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출용 차량을 실어나르는 데 그치지 않고 해상물류 사업을 키워 글로벌 베스트 선사로 거듭나겠다며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결과다. 이에 따라 자동차 운반선 위주인 사업 전략을 벌크선 중심으로 발빠르게 재편하고 있어 올해는 벌크선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작년 10월 ‘2020년 현대글로비스 해상운송 사업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체 선대를 70척(2012년 기준 자동차선 50척, 벌크선 20척)에서 2020년까지 500척(자동차선 100척ㆍ벌크선 400척)으로 확대하고, 해운사업 매출 목표도 2조 원에서 4배 이상 성장한 8조2000억 원으로 정했다.

이 같은 규모는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240여 척 운영)이나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90여 척 운영) 선대를 감안할 때 벌크선 분야에서 머물지 않고 국내 최대 선사가 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한진해운(117930)과 팬오션(옛 STX팬오션)의 호황기 역대 최다 보유 선박 규모도 각각 280척, 400척 정도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글로비스의 계획대로라면 벌써 올해 국내 벌크선사 1인 팬오션의 벌크선대(90여척)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팬오션이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루머가 나돌 정도로 글로비스의 몸집키우기에 업계의 관심이 크다. 글로비스 관계자는 “팬오션 인수는 가능성의 하나로 초보적인 수준에서 검토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배 글로비스사장은 국내 해운업체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 “아직 (M&A)계획이 없다”며 “해운업계는 기복이 워낙 심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광폭 행보를 바라보는 해운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해운업 전반적인 불황과 관계없이 현대·기아차 그룹의 물량을 바탕으로 나홀로 승승장구하며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데 대한 반감이다. 게다가 경기불황으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 글로비스의 선대 확대의지가 확실한 만큼 시장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국내 업체 M&A 카드를 꺼내들수 있고, 수주물량이나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최근 배선령 팬오션 전 사장이 관련직원 10여명과 함께 현대글로비스의 고문으로 취임했다가 해운업계 비난 여론에 밀려 다시 물러나기도 했다. 한국선주협회는 현대글로비스의 해운업 강화와 관련, 소속 회원사인 만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의 내용을 담아 조만간 비공식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의 싸늘한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글로비스는 해운 확대 전략은 흔들림이 없다. 제 3자 물류업체로 해운업의 몸집을 불려야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31.9% 지분을 포함해 오너일가가 43.39%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기아차 그룹의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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