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氣 살리자] 몸집 줄이고 새 먹거리 찾아 해외로 ‘몸부림’

양희동 기자I 2013.08.22 07:01:00

건설사들 생존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
GS건설, 조직 개편 박차..수 처리 등 사업영역 다각화
대우건설, 탈중동 시장 개척..성장동력 재건 분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년 전인 1993년 신경영 선언 때 했던 말이다. 우리나라 산업사의 대표적인 어록으로 남아 있다.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이 회장의 말처럼 요즘 건설업계는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경영 혁신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업구조 다각화와 틈새시장 공략 등은 이제 건설업계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위기가 곧 기회”라며 이참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재무 건전성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장기 불황에 직면한 건설업계가 신성장 동력 발굴과 신규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건설이 알제리에서 지어 운영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수 처리 시설인 ‘알제리 모스타가넴 해수담수화플랜트’ 전경. <제공:GS건설>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돌파

건설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당시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절반 가까운 45곳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갈 만큼 매서운 구조조정 한파를 겪어왔다. 2006~2007년 부동산 활황기를 거치면서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했던 수많은 건설사들이 최근 5년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에 쓰러져갔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대형 건설사들도 2009~2010년 중동에서 집중 수주한 저가 물량이 부메랑이 돼 올해 상반기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대형 건설사들은 어닝쇼크와 조직 개편으로 뒤숭숭했다. 중동 저가 수주의 여파로 GS건설 등이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의 수장인 사장을 교체한 회사도 대우건설 등 2곳이나 됐다.

올해 들어 어닝쇼크와 사장 교체라는 시련을 모두 겪은 GS건설은 지난 6월 재무통인 임병용 경영지원총괄 사장(CFO)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경영 쇄신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해외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수(水)처리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6월 세계 10위권 수 처리 업체인 스페인 이나마사를 인수,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GS건설 관계자는 “2020년 글로벌 10대 물기업 달성을 목표로 하·폐수 처리시설, 해수 담수화, 물 재이용, 수 처리 운영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기존 ‘12본부 6실’ 조직을 ‘10본부 4실’로 대폭 줄이고, 박영식 신임사장을 선임하는 등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불황 극복을 위해 해외시장에서 지능형 빌딩과 고급 호텔, 컨테이너 터미널 및 조선소, 아파트 등 수주 분야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수주 지역도 기존 중동에서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침체된 분위기 쇄신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현대건설도 중동지역 플랜트 중심 수주에서 벗어나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관련 건설 특수에 대비하고, 콜롬비아와는 유전 개발을 공동 기획하고 있다.

▲연도별 비(非)중동지역 해외 수주 비중(%) <자료:해외건설협회>
◇민간 수주 강화 및 특화 틈새시장 공략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중견건설업체들은 재건축 등 민간 수주를 강화하고, 원자력 발전 시공 등 특화된 틈새시장에 진출하는 등 생존 전략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한라건설은 중견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민간 부문에서 하남 하이웨이파크와 판교현대백화점, 전주 서신동 감나무골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등을 연이어 수주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1억2664만 달러(약 1434억원)규모의 아제르바이잔 수자원공사 신사옥 공사를 따내 해외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공공부문 발주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민간 수주와 해외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지난 2월 해외 원자력발전소 시공을 위한 미국기계학회(ASME)인증을 따내며 원전 건설과 제작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발전사업을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선정한 태영건설은 2010년부터 포천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등을 통해 관련 분야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또 2011년 플랜트사업본부 내 발전사업팀을 신설하고 조직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원자력사업 진출의 기본자격 요건인 ‘KEPIC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국내외 원전 시공 인증 획득으로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며 “발전사업을 미래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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