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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쉬는데 뭐가 힘드냐"는 말에 순간적으로..

장종원 기자I 2013.05.02 06:08:12

산후우울증, 일시적 상실감 아닌 '우울증' 질병
자살 생각 동반, 망상, 환청 나타나기도..치료 필수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이를 낳고 집에만 있다 보니 갇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괜히 아이 때문인 같아서 싫어질 때도 있고요. 잉여인간이 된 것처럼 느껴져 더 우울해요. 남편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 ‘집에서 편히 쉬는데 대체 뭐가 힘드냐’는 거예요. 자기가 더 힘들대요.”(30대 김모씨)

최근 우울증을 앓던 주부가 아이와 함께 죽음을 선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산후우울증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대체로 출산 후 4주 이내에 우울증이 발병한 경우를 말한다. 출산 후 호르몬 등 신체적 변화 뿐 아니라 사회활동이 단절된 데 따른 무기력과 허무함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육아, 가사노동의 부담과 함께 단절감이 겹치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커진다. 주부 혼자 집에 있거나 줄곧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면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는 점도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산후우울증은 자살에 대한 생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 망상이나 환청, 영아 살해 충동 등이 나타나는 때도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30대 엄마가 13개월과 생후 3주 된 두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파주 사건도 그렇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에 대한 국내의 정확한 통계는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67명에 불과하다. 2011년과 2010년을 보더라도 각각 231명, 210명에 그친다.

이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많은 의사가 산후우울증을 우울증과 따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산후우울증이 갑자기 나타났다기보다는 내재해 있던 우울증이 그 시기에 맞춰 발현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 “자살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평소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산후우울증 환자 통계가 적은 것은 주부들이 병원을 찾지 않고 혼자서 참는 것도 이유다.

실제로 인터넷 등에서는 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네이버 주부카페 ‘파주맘’의 한 회원은 “둘째를 낳고 우울증을 겪는데 남편이 ‘아이는 자기가 키울 테니까 정신병원에 가서 몇 년이고 있다 오라’며 짜증을 냈다”면서 “순간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후우울증을 일시적인 신체의 변화로 생각하고 무작정 참아서는 안 되며, 적극적인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명훈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치료받지 못한 우울증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에 필수요소인 ‘가족의 지지’도 산후우울증 극복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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