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북한이 달라졌다. 사흘째 개성공단 진입을 통제하면서 대북 리스크가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조짐이다. ‘매번 저러다 끝나겠지’ 하면서 무덤덤했던 주식시장은 위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하는 모습이다. 장중 한때 2% 넘게 떨어져 북한 악재는 여느때와는 달리 무게 있게 인식되는 모습이었다.
악재는 북한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지난달 비제조업지수, 민간고용 지표 등이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을 만큼 나빠졌다. STX(011810)의 유동성 위기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의 대량 리콜 사태도 증시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엔화가 급락한 것 역시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도 불과 일주일 전까진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을 기대하며 오르리라 예상했지만,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더 많아졌다. 모두 북한의 도발에 놀란 탓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북한 위협에 대해선 과거 경험대로 조정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라고 권하기 어렵게 됐다”며 “북한 무기의 살상력과 공격 범위가 늘어났고 중국의 대북 억제력도 믿기 어려워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외국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일 국내 증시에서 4700억원 가량의 순매도 물량을 쏟아 냈고,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한국법인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위기가 더 장기화되면 공장도 이전할 수 있다는 의미 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른 외국계 기업도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일도 아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시장 심리를 달랬다. 뉴욕증시도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통화부양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 기대감 등에 힘입어 하루만에 다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지도 않겠지만, 내리지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변수가 복잡해지고 투자 심리가 다소 얼어붙은 만큼 숨 고르기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대북 리스크가 걷히기 전까진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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