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은행 인수 '빈수레만 요란했다'

이현정 기자I 2012.11.23 07:20:00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시중은행들이 올 한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은행 인수에 적극 나섰지만 단 한 건도 성공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 초부터 터키·베트남·인도네시아 등 3곳과 인수·합병(M&A)을 추진했으나 모두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내년도 사업 계획으로 넘겼다.

우리금융지주(053000) 고위관계자는 22일 “일단 내달께 베트남 금융당국에 현지법인 설립 인가 승인 신청서부터 제출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현지은행 지분투자 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현지 사우다라 은행과 지분 33%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해 놓고도 반년이 다 되도록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터키 은행과의 M&A를 집중 검토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고, 신한은행도 꾸준히 인도네시아 은행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하나금융지주(086790)도 미국 교포은행인 BNB은행의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하고도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의지와 달리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제도적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 동남아 국가에서는 외국자본 유입을 경계해 정부가 외국인 은행에 대해 지분제한을 두는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베트남에서는 여신한도 제한을, 인도네시아는 법인이나 지점을 직접 설립할 수 없고 인수를 통해서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한편에선 국내 은행 간의 과열 경쟁으로 현지은행의 몸값만 부풀려 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미 교포은행인 새한뱅크 인수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 가격 차이로 무산됐었다. 전문가들은 준비 안 된 해외 진출은 오히려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BNP 파리바는 2009년 포티스(Fortis)를 인수하기 위해 10여 년을 관찰했다”며 “현지 사정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하고 소규모 은행부터 인수하는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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