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이달 5일은 애플의 공동창업주이자 전 CEO(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된다.
그가 남긴 빈자리는 크지만 애플은 여전히 순항중이다. 잡스에 이어 애플 CEO로 취임한 2인자 팀 쿡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IT업계는 1년 전 잡스 사망 직후 잡스가 떠난 애플이 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컸다.
그러나 아이폰5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이같은 우려는 기우로 드러났다.
아이폰5 발표 이후 애플 주가는 지난달 18일 7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달 23일 보도에서 애플이 시가총액 1조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달 2일 현재 6181억2000만달러로 현재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
◇자리잡는 ‘팀 쿡 스타일’
팀 쿡은 이번 아이폰5의 성공적 출시로 잡스의 그림자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품 출시와 공급 관리에 있어 철두철미한 관리자형인 ‘팀 쿡 스타일’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5는 발표전 부품 공급 지연으로 출시가 미뤄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쿡 CEO는 예정대로 아이폰5를 지난달 12일 발표했고 이어 14일부터 미국내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애플은 올 연말까지 총 100여 나라에서 아이폰5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이전 모델인 아이폰4S보다 30곳이 더 많다.
리더십 측면에서도 ‘팀 쿡 스타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잡스는 제품 소개 행사와 같은 공개된 자리에서는 대중과 소통하며 그만의 ‘원맨쇼’를 보였지만 그외의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과 융화를 거부했다. 반면 쿡은 회사 내 임원은 물론 월가 애널리스트, 투자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주주들을 위해 현금 배당을 실시했고 직원 봉급을 인상했다. 팍스콘 등 애플 하청 공장에서 일어났던 불합리한 노동관행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사라지는 ‘잡스 스타일’
애플이 아이폰5를 공개하면서 들었던 혹평 중 하나는 ‘혁신부재’였다. 애플은 경쟁사를 따라 아이폰5의 화면 크기를 키우고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규격을 뒤늦게 받아들였다. 이른바 잡스 시절 소비자를 열광시켰던 ‘하나 더(One more Thing)’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쿡이 ‘기업 운영의 달인’일뿐 잡스가 갖고 있던 통찰력과 직관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아이폰5에 탑재된 지도앱 ‘애플맵’은 지금까지 애플이 추구해온 ‘완벽주의’를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 애플맵은 아이폰4S까지 탑재됐던 구글맵과 비교해 기능과 편리성 면에서 평균 이하라는 혹독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애플의 현 CEO 팀 쿡보다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이 잡스의 뒤를 이을 진정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지난 1년간 잡스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저커버그는 제품 디자인에 대한 안목, 대중과 영합하지 않는 외골수적 성격이 잡스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모바일 부문의 성장 한계, 반토막 이하로 급락한 주가로 저커버그의 평판이 크게 훼손됐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에 이어 무인자동차, 입는 컴퓨터, 구글TV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글로벌 IT업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잡스처럼 대중들의 마음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IT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