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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럽·고용 불안에 급락..다우 1만선 턱걸이

피용익 기자I 2010.02.05 06:33:23

유럽 재정적자 우려에 글로벌 회복 지연 우려
달러 강세에 상품 관련주 타격
고용보고서 앞두고 실업수당 예상 밖 증가
불안감 반영하며 공포지수 19% 급등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4일(현지시간) 거래에서 급락세를 나타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확산과 고용지표 부진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유럽지역 불안으로 달러화가 치솟자 유가와 금값이 폭락하며 증시 더욱 압박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268.29포인트(2.61%) 하락한 1만2.26에서 장을 마감하며 1만 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다우는 마감 직전 9999.9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수가 장 중 한 때나마 1만 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11월6일 이후 처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5.48포인트(2.99%) 내린 2125.43을,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34.18포인트(3.11%) 떨어진 1063.10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증시는 그리스에 이어 포루투갈과 스페인의 재정적자 문제가 제기된 점을 악재로 반영하며 약세로 출발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는 유로 약세, 달러 강세로 이어지며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겨 증시에 부담을 더했다.

장 끌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그리스 재정적자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증시의 방향을 돌리지는 못했다.

아울러 ECB와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각각 1%와 0.5%로 동결하면서도, 영국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한다고 밝힌 점은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 후퇴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개장 전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보고서도 악재가 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는 시장의 감소 예상을 깨고 8000건 증가한 48만건을 기록했다.

실업수당 보고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하루 뒤 발표되는 1월 고용보고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일자리는 소폭 늘어났겠지만, 실업률은 4개월 연속 10%대가 유지됐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코 등 일부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유통업체들의 1월 판매 호조는 개별 종목 호재에 그치며 재료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수는 12월 공장주문 증가 소식에도 약세를 지속했고, 장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낙폭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다우 지수는 장 막판 1만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가운데 시스코를 제외한 29개가 일제히 하락하며 전 업종에 걸친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한편 국채는 주가 하락과 유럽발 악재를 반영하며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힘입어 유로 대비 7개월 최고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는 수요 우려와 달러 강세로 인해 5% 가까이 떨어졌다.

◇ 불안감 반영하며 공포지수 급등

주식시장이 연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급등세를 나타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VIX는 전일대비 4.21포인트(19.49%) 상승한 25.81을 기록했다.

◇ 상품가격 하락에 관련주 약세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 위기는 유로 약세를 촉발하며 달러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였다. 이는 달러로 결제되는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5% 가까이 하락하며 배럴당 73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금값은 4%대 낙폭을 기록했고, 구리, 은 등 다른 상품 가격도 일제히 떨어졌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는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가 4.37% 하락했고, 석유 업체인 셰브론과 엑슨모빌은 2%대 후반의 내림세를 보였다.

스펙트라에너지, 다이아몬드오프쇼어드릴링, 앨리언트에너지 등 중소형 상품 관련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 실적 개선 기업들 주가 상승

약세장 속에서도 전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는 이날 증시에서 0.39% 오르며 다우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했다. 다만 장 초반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시스코는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존 챔버스 최고경영자(CEO)가 강한 회복을 전망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밖에 백화점 업체인 메이시스는 1월 동일매장 매출 증가 소식을 반영하며 2.65% 뛰었고, 의류 업체인 갭은 실적 전망을 상향한 효과로 2.47% 올랐다.

유통업체들의 지난달 동일매장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대다수 종목들은 호재를 반영하지 못하고 약세를 기록했다. TJ맥스는 1.57% 하락했고, 아메리칸이글은 4.20% 밀렸다.

은행주 중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뉴욕검찰의 고발장 제출을 악재로 반영하며 5% 가까이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도 4%대 하락했다.

아울러 리콜 사태로 최근 급락세를 보여 온 도요타 주식예탁증서(ADR)는 `프리우스` 브레이크 결함 문제가 추가로 드러나며 2.33% 하락했다.

◇ 실업수당청구 예상 밖 증가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실업수당 보고서는 예상보다 부진했던 반면 공장주문은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월30일 마감 기준)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는 전주 47만2000건(수정치) 대비 8000건 늘어난 48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7주만에 가장 많은 규모로, 기업들이 여전히 경제 회복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당초 발표됐던 47만건보다 1만5000건 줄어든 45만5000건을 예상했었다.

변동성을 줄여주는 4주 평균치는 45만7000건에서 46만8750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미 상무부는 12월 공장 주문이 전월대비 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수정치와 동일한 증가폭으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0.5% 증가를 상회했다. 이로써 공장 주문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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