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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기다려 온` 포스코, `자충수 둔` 해운업계

정재웅 기자I 2009.07.06 08:05:20

대우로지 결국 법정관리 신청
해운업계, '대안없는 반대' 비판에 곤혹
포스코, 인수를 위한 명분 확보..유리한 상황 전개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대우로지스틱스가 지난 3일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포스코(005490)가 인수를 추진했으나 해운업계 반발로 무산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해운업계가 아무런 대안없이 포스코의 인수에 반대해 왔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포스코의 인수 명분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때 대우로지스틱스를 `해운업계의 힘`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포스코에 강력하게 반발해 온 해운업계가  오히려 포스코에 명분을 주는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체면 확 구겼네"

해운업계는 한국선주협회 등을 중심으로 그동안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유는 국내에 몇 안되는 화주 중에 하나인 포스코가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할 경우, 여타 다른 해운업체들은 대형 화주 하나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울러 이미 20여년 전에 해운업에 진출했다가 철수했던 경력이 있는 포스코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해운업 전반에 대형 화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해운업계가 강력하게 반대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현재는 원료운반 등에 대우로지스틱스를 활용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물동량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단순히 원료 운반에만 대우로지스틱스를 이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관련기사:포스코-해운업계, 대우로지스틱스 어찌하오리?> 

하지만 해운업계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반대하긴 했지만 국내 해운업계도 자체적으로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해운시황이 침체된 요즘 대우로지스틱스를 선뜻 인수할 해운사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대안없는 비난만 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하지만 법정관리 신청 이후에도 여러 절차들이 남아있어 포스코가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정중동 

대우로지스틱스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해운업계는 당황하고 있는 반면, 포스코는 면밀한 상황분석에 들어갔다.  

대우로지스틱스가 그동안 연간 전체 포스코 물동량의 10% 정도를 차지해왔던 만큼 이번 법정관리 신청은 포스코가 대우로지스틱스 인수할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고로사업을 하는 철강업체에 원료수급은 핵심사안이다. 이를 책임지는 안정적인 물량운송 채널 확보는 철강회사 뿐만 아니라 해운업체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포스코가 대우로지스틱스를 인수한다면 이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로지스틱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해도 포스코가 인수하기 위해서는 국토부나 선주협회에서 우선적으로 인정을 해줘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포스코 인수작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토해양부나 선주협회에서도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포스코로 하여금 이번 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대우로지스틱스 관계자도 "포스코와 인수·합병(M&A) 협상은 법정관리와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해 포스코의 인수 가능성은 아직도 상당부분 열려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기사:10위권 해운사 대우로지스틱스, 끝내 법정관리 신청>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충분한 명분이 생길 때까지 조용히 때를 기다려 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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