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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경고에 제동 걸린 정두언, 이대로 물러서나

노컷뉴스 기자I 2008.06.14 08:44:34
[노컷뉴스 제공] 묻지마식 인신공격은 안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고로 수세에 몰리자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들이 '형님 퇴진론'을 접었다. 그러나 양측간 갈등의 골은 깊을 대로 깊어져 청와대와 내각 쇄신 여부에 따라 여권 내분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두언 의원은 13일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기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도 우리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고 믿는다"며 "이제 대통령의 정국 수습을 혼신의 힘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만사형통을 이제 끝내야 한다"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2선 후퇴를 공론화한 지 이틀만에 정두언의 두번째 반란은 '왕 비서관' 박영준 전 비서관을 낙마를 이끌어낸 첫번째 거사와는 달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진압된 것이다.

정두언, 김용태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 소장파는 이 전 부의장의 인사개입으로 인적쇄신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며 12일부터 공론화에 나섰고 다음 주 초 의원총회를 소집해 공개적으로 2선 후퇴를 촉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온건 초선의원들의 비판에다 홍준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까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고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까지 이날 "시국이 어렵고 엄중한 데 일부 의원들의 묻지마식 인식 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며 비판하고 나서자 그들의 거침없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이 대통령의 이례적인 경고성 발언은 정두언 의원의 '청와대 4인방' 공개 비난으로 촉발된 갈등이 친형 이상득 전 부의장의 용퇴론으로까지 확산되는 등 여권 내홍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물가급등 등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마당에 집권 여당이 집안 싸움만 하고 있다는 인상으로 비칠 경우 가뜩이나 쇠고기 파동으로 돌아선 민심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주군'의 공개 경고에 결국 정두언 의원은 손을 들고 말았다. 더 이상의 확전은 바로 대통령과 맞서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이 전 부의장은 다음 주 초 일본으로 건너가 개각 작업이 일단락될 때까지 머무를 것으로 알려져강경 소장파들이 계속 강공 드라이브를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이 전 부의장의 2선 후퇴를 주장한 것은 청와대와 내각 개편 작업이 또다시 '형님라인' 채우기나 낙선자 보은인사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입장이어서 개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재점화될 소지가 있다.

특히 '형님 라인'의 핵심 박영준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판할 때 '백의종군'을 언급한 정두언 의원으로서는 상황에 따라 의원직을 걸고 다시 정면 승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던 여권 내홍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만 쇠고기 파동 수습 대책과 인적쇄신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폭풍전야의 고요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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