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요즘 월가에서 `주식시장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터져나오는 악재에는 덜 민감해졌고, 호재에는 재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패닉의 상태는 벗어났다.
주택경기침체와 신용위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반환점을 돌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미래의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주식시장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희망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우려했던 1분기 어닝시즌을 대체로 선방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오늘은 다행스럽게 어제와는 달리 긍정적인 뉴스가 많았다. 보잉, EMC, 브로드컴 등의 잇따른 실적 호전 소식이 들려왔다. 리버티 뮤추얼그룹이 세이프코를 62억달러에 사들인다는 인수합병(M&A) 소식도 오랜만에 전해졌다. 연일 치솟을 것만 같았던 국제 유가도 주춤거렸다.
인베스코 에임의 선임 전략가인 프리츠 마이어는 "M&A 소식이 투자가들의 동물적인 감각을 자극했다"며 "지금의 시장 진입 위험은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US 글로벌 인베스터의 선임 트레이더인 마이클 내스토는 "오늘 처럼 기업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간다면 향후 몇달동안 작은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와코비아증권의 수석 전략가인 앨 골드만은 "주식시장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침체장(베어마켓)에서 벗어나기 위한 바닥다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같은 낙관론이 실현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세계 2위 채권보증업체인 암박파이낸셜의 대규모 적자 소식은 신용위기가 쉽사리 바닥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자극했다. 이 때문에 금융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신중론자들은 암박의 부정적인 뉴스 그 자체 보다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앞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하루는 실적 부진으로, 또다른 하루는 고유가 등으로 둔갑하면서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는 것.
이스턴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존 캐터는 "암박 뉴스가 금융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나쁜 소식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로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펀드매니저인 앤드 린치는 "금융권의 부실자산 상각은 지금까지 실시한 것보다 더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