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중국 베이징(北京) 하이뎬(海淀)구의 대형 쇼핑몰 진위안옌사(金源燕莎). 건물 면적이 무려 55만㎡로 축구장 80개 넓이인 이곳에는 명품 매장이 700여 개나 빼곡히 들어차 있다. 내부에 엘리베이터만 200개나 된다.
이곳은 요즘 주말마다 쇼핑객들로 넘쳐난다. 10만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다. 이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43억 위안으로 2005년보다 50%나 늘었다. 쇼핑몰 관계자는 “올해는 명품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현황이 나오면서 중국 자동차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값비싼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40%나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승용차 판매대수 증가율(22.26%)의 두 배에 해당되는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11만3600대였던 SUV 판매량은 올 상반기에는 15만8000대가 팔렸다. 도요타의 하이랜더, 혼다 CR-V 등은 판매대수가 50% 이상 급증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소형 세단보다 훨씬 값비싼 SUV 판매량이 급증한 데 대해 협회도 깜짝 놀랄 정도”라며 “중국 자동차 소비가 점점 다원화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소비시장이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UV 등 고급자동차, LCD TV, 명품 의류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고, 주말 레저산업도 불이 붙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의 소비증가율은 우리나라 88올림픽 전후와 비슷한 16%대까지 치솟아 ‘소비황금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LCD TV·SUV 등 고급 내구성 소비재 판매 급증
요즘 중국 베이징의 대형 가전매장에서는 브라운관 TV가 자취를 감췄다. LCD·PDP 등 고화질 평판 TV가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해 중국 100대 도시의 LCD 판매량은 253만7000대. 하지만 올 상반기 판매량은 228만6000대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에 육박하고 있다. 새로 팔리는 TV의 80%가 LCD·PDP TV다.
SUV 차량의 판매 급증은 중국에서 레저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베이징 주변에는 최근 1~2년 사이 ‘두자춘(度假村)’이라는 교외 휴양호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는 LG경제연구원 배영준 연구원은 “고소득층이 늘어나면서 주말이 되면 교외 ‘두자춘’으로 나들이 가는 여행객들로 베이징 주변 고속도로가 마비될 정도”라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양상”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소비증가율 16%대 넘어서
올 상반기 중국의 소비증가율은 국내 총생산(GDP) 증가율보다도 훨씬 높은 15~16%대에 이르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의 소비증가율은 16.9%였다.
2006년 중국 전체 소비는 9500억 달러 수준으로 프랑스,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5위의 소비대국에 올라섰다. 크레디스위스은행은 지난 3월 중국이 오는 2015년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소비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가 급증한 것은 최근 주식시장 폭등과 도시 가정의 가처분소득 증가, 올림픽 투자로 인한 경기 활황세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의 88올림픽 전후와 비슷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 패턴의 고급화가 우리나라의 88 올림픽 때와 비슷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중국의 소비증가율은 1986~199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소비증가율 15.9%와 비슷하다. 올림픽을 앞두고 1인당 GDP 수준이 2000달러대를 넘어선 것도 양국에서 함께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연구위원은 “중국에서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의 재정 투자가 늘고, 외국 자본의 투자도 계속 이어지면서 중산층 가정의 가처분소득 자체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우리 기업도 이런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를 감안해 중국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