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여객기는 이날 흑해 연안 휴양지 아나파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중 오후 3시37분(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내고 2분 뒤 레이더 스크린에서 사라졌다고 러시아 비상상황부 율리아 스타드니코바 대변인이 말했다. 사고 직후 탑승자 30여명의 시신과 여객기 잔해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시 근처 수하야 발카 마을에서 발견됐다고 RIA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사고기에 어린이 45명을 포함한 승객 160명과 승무원 10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추락 현장에는 구조요원들이 긴급 투입됐으나 러시아 당국은 생존자를 한명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사고 경위와 관련, 인테르팍스 통신은 우크라이나 비상상황부 대변인 이고르 크롤의 말을 인용해 “고도 1만m 상공에서 화재가 발생해 항공기가 비상착륙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항공운송통제국 책임자는 “사고 비행기가 강한 난기류에 휩싸인 뒤 추락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에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7월9일 러시아 항공사 S7의 에어버스 A-310기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공항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폭발하면서 124명이 숨지고, 5월3일에는 아르메니아의 아르마비아 항공사 소속 A-320기가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 착륙하려다 흑해로 추락해 113명이 숨지는 등, 올 들어 이미 세 차례나 대형 항공 참사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Tu-154機 기체 낡아 사고 다발
사고 여객기인 투폴레프(Tu)-154 기종은 안토노프, 일류신 등과 함께 구(舊)소련 시절 개발돼, 현재 대표적인 ‘사고 다발(多發)’ 기종으로 꼽힌다.
기체가 노후화하고 항공사의 인력감축 등으로 보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프랑스 르 피가로지는 이들 기종을 서구의 항공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위험 기종으로 분류했다.
이 중 Tu-154는 중거리 여객기로 1972년부터 민간 여객에 투입됐다. 지금도 러시아 국내 노선과 구 소련권의 대부분 국가, 일부 동부유럽 국가, 이란 등에서 아직도 보편적으로 사용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04년 8월엔 Tu-134기가 모스크바 남부에 추락했고, 2002년엔 독일 남부 상공에서 Tu-154기가 보잉 화물기와 충돌했다. 2001년에는 같은 기종이 흑해에 추락, 탑승객 77명 전원이 사망했다. 러시아와 동구권 여행자들은 가급적 이 기종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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