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질문을 가지고 하남시 감일동을 찾았다.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됐던 감일동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다. 추 위원장이 김동철 한전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 “왜 법사위에서 산자위 소관기관 부르냐”며 지역구 민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당시 김동철 사장이 국회 환노위 업무보고에 참석하면서 한전 증인신문은 없던 일이 됐다. 감일동 주민들에게 국책사업 반대 이유를 묻기로 했던 증인신문도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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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대 우선 공급 약속,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전력망 구축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하남에서는 “이대로 가면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또 터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1년여간 한전과 주민 간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사가 본격 착공되면 충돌이 전면적으로 벌어질 우려가 크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추 위원장의 지역구인 하남시 감일동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민들은 “감일에 한 번만 와서 실상을 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현장 취재 이후 지난 주까지 주민, 한전, 하남시, 하남시의회, 정부, 국회, 전문가 입장과 해법을 차례로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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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동 현장에 가보니 3가지 사실에 놀랐다. 이는 △변환소 예정 부지와 주거지 간 거리가 놀랄 정도로 가깝다는 점 △주민이 체감하는 소음과 전자파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점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절차적 정당성 문제라는 점이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면, 현장에 가보니 주거밀집지역 코 앞에 유례없는 초고압 설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우선 놀라게 됐다. 한전이 추진 중인 하남 관련 전력망 사업명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HVDC(초고압직류송전)변환소 증설’ 사업(한전 100%·송전선로 비용 포함하지 않은 총사업비 6996억원)이다. 이는 기존 변전소(345kV)를 실내에 설치하는 옥내화 공사와 함께 초고압 설비인 500kV 변환소를 신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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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동 현장에 가보니 이같은 변환소 신설 예정 부지와 제일 가까운 아파트 단지 간 이격거리가 직선거리로 150m에 불과했다. 왕복 2차로 도로만 건너면 바로 공사 현장이었다. 총 부지(변전소+변환소+부속시설)는 8만3000㎡ 규모다. 이곳에 변환소가 신설되면 총 전력설비용량이 약 7GW로 원전(APR-1400 기준) 5기 규모다. 500kV 변환소 설치는 평택 고덕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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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평택시 고덕동과 달리 하남 감일동에서 유독 반발이 거셀까. 이것은 인구 구성의 차이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고덕 변환소 주변에는 원룸 등 96가구가 거주할뿐이다. 변환소에서 가장 가까운 대단지 아파트는 1km 밖에 위치한다. 실제 고덕 변환소를 가보면 도로 건너 편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가 위치해 있어 산업단지형 기반시설임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변환소를 설치하려는 하남 감일동에는 1만4000가구, 약 4만명이나 거주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형 주거단지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초고압 설비인 500kV 변환소가 주거밀집지역에 설치되는 것은 전국 최초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동서울변전소 건설 당시에는 반대하지 않다가 왜 이제와서 증설에 반대하는 걸까. 이는 감일동의 인구 규모·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동서울변전소가 가동을 시작한 1979년 당시 변전소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없었다. 당시엔 주거밀집지역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후 2010년 주거지용도로 개발 계획이 수립·추진돼 2021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됐다.
이 결과 현재는 영유아, 청소년, 다자녀, 신혼부부 가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작년 7월 기준)에 따르면 감일동의 14세 이하 인구 비중이 21.2%, 가임기 여성(25~44세) 인구 비중이 18.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러다 보니 생존권·환경권 민감도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규석 동서울전력소 증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감일에 와보면 아이들, 신혼부부들이 정말 많다”며 “이런 곳에 그런 공사를 강행한다는 건 미래 세대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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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동 현장에 가서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생존권·환경권 관련 변전소의 소음과 전자파 수준이다. 느껴지는 소음은 예상보다 컸다. 변환소 예정 부지 인근에 낮에 가보니 ‘윙’하는 소리가 계속 귓속을 맴돌았다.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인 한라비발디 2차에 거주 중인 주민 A 씨는 “저주파 소음기로 측정하면 소음이 70dB을 넘어 기준치를 초과해 하울링처럼 울려서 들린다”며 “밤에는 창문을 열고 TV를 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기후부의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별표 8)에 따르면 동서울변전소는 기타사업장으로 분류돼 주거지역의 소음 기준치는 아침(5~7시)·저녁(18~22시)은 50dB, 주간 (7~18시)은 55dB, 야간(22~5시)은 45dB이다. 기존 345kV 변전소는 옥내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 12월까지 예정대로 변환소 공사가 진행돼도 수년간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 게다가 소음 발생 원인 중 하나인 SVC 제어동에 대한 옥내화는 확정되지 않아 주민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한전 “전자파 걱정은 괴담”…정말 안심해도 될까
전자파 수준은 당초 걱정했던 수준보다는 작았다. 지난달 10일 오후 변환소 예정 부지에서 가까운 신우초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측정된 전자파는 0.05μT(마이크로 테슬라)였다. 이는 산업통상부 고시인 전기설비기술기준(제17조)에 명시된 전자파 관련 국내 인체 보호 기준(83.3μT)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전에 따르면 감일지구 48곳의 전자파 측정 결과(올해 3월25일 기준) 0.01~0.81μT로 나타났다. 한전 관계자는 “냉장고, TV 등 실내 가전제품의 전자파처럼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자파 걱정은 극히 일부 세력의 흑색선전과 악의적 주장에 불과한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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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집계한 전자파 측정 현황(올해 3월25일 기준)에 따르면 감일지구의 동서울변전소 정문, 저류지, 저류지 산책로, 저류지 체육공원, 버스정류장, 서하남교회 대로변, 정림근린공원 앞, 한라비발디 2차 정문 앞, 한라비발디 2차 사거리, 사회복지관 맞은편의 전자파가 0.4μT 를 초과했다. 동서울변전소 반경 1.4 km 안에는 어린이집 40개, 유치원 6개, 초·중·고 7개, 아파트 단지 19개가 위치해 있다. 서울변전소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는 노약자, 장애인 등 전자파 취약층이 주로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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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해외 제도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스위스, 네덜란드 등은 주거지, 학교, 병원 등 전자파 민감 지역의 경우 0.4μT 이하를 권고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명확히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 없더라도, 장기간 전자파 노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미국, 유럽 등은 사전주의 원칙에 근거해 극저주파 등 전자파의 잠재적 건강 영향을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극저주파 자기장 만성노출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사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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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동 현장에 가서 세 번째로 놀란 것은 주민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주거밀집지역에 변환소 신설, 전자파·소음 논란도 문제이지만 이것보다 더 앞선 문제가 있었다. 바로 불통 문제다. 현장에서 만나는 주민들에게 ‘변환소 신설을 왜 반대하십니까’라고 물으면, “깜깜이 불통 추진”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거론했다. 주민들은 입지 선정 등 첫 단추부터 밀실 논의, 불통 추진이 계속됐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500kV 초고압 설비는 주민들에게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심리적 위협의 상징이다. 주민 4만명 중 1만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데 500kV가 주는 압박감이 얼마나 큰 줄 아느냐. 우리는 아이들에게 끼칠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전력망 실험 대상인 마루타가 아니다. 국가 프로젝트인데도 왜 감일로 입지를 선정됐는지 과정·기준의 투명성은 없었다. 처음에 주민들은 기존 변전소 시설을 옥내화하는 것으로만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하남시와 한전은 2023년 10월에 일반 주민들 모르게 변환소 신설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한전 설명회도 일반 주민들 모르게 진행됐다. 특별지원금 명목으로 우호적인 주민들만 만나 공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이런 실상이 작년 6월께 주민 온라인 카페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들의 게시글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비대위를 결정해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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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민들은 “당초 한전의 최적합 후보지는 이천, 여주 등 경기 동부지역의 산속이었는데 지역 주민 반발로 백지화 됐다”며 “그 이후 변환소 예정 부지가 그 지역들보다 인구가 10배나 많은 하남 감일지구에 오게 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지금까지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이번에 변환소 신설을 수락하면 향후에 전력 수요 증가 시 주민들 몰래 변환소를 또 공사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불신이 크다 보니 올해 5월 주민들의 설문조사 결과 80%가량이 이번 공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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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전도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전력 수급을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국책사업으로서 명분이 있으며, 전원개발촉진법(전원법)에 따라 위법한 절차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전원법 시행령(13조), 시행규칙(4조)에 따라 동서울변전소는 기존의 전원개발사업구역에서 시행되고 용지를 따로 매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공청회나 입지선정위원회를 열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는 게 한전 입장이다. 또한 한전은 특별지원금 지원 논의도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고, 전자파·소음 모두 법적 기준치 이하라고 밝혔다.
또한 한전 입장에선 기존 부지를 증설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란 입장이다. 대체 부지 추진을 하면 새로운 송전망을 깔아야 해 공사비 부담, 실시계획 수립 등 각종 절차로 인한 시간 지연, 부지 협소, 추가 민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변환소 신설 공사 관련해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던 하남시가 주민들이 반발하고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자 입장을 바꾼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동서울변전소 인허가 관련해 한전과 하남시 간 행정심판에서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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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년 넘게 주민과 한전이 팽팽한 대치 국면을 이어가다 보니 양쪽 모두 내부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일동 주민들 사이에선 “이제는 현실적인 결과를 생각해야 할 때”라며 변환소 신설을 수용하되 파격적인 정부 지원을 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전 내부에선 “인공지능(AI) 시대의 차세대 기술로 홍보되고 있는 HVDC 현장이 실제로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전국의 전력망 민원을 쫓아다니는 게 맞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현 상황은 주민들은 삶을 걸고 한전은 직을 걸고 타협점 없이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다. 주민과 한전 모두 패자가 되는 구조, 공공기관과 주민 간 원한을 만드는 구조다. 이대로 대치 국면이 계속되면 당초 변환소 완공 목표(2027년 12월)를 달성하기 힘들다. 갈등과 지연을 반복하는 사회적 비용은 점점 커지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전력망 구축 시기도 늦어지는 부작용만 계속 커지게 된다. 이러다 갑자기 공사를 강행하면 물리적 충돌로 ‘제2의 밀양 사태’가 재연될 우려도 있다.
특히 지난 9월 전력망 특별법이 시행되고, 지난 5일 동서울변전소 공사 등이 관보에 실리면서 전운은 더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는 전력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하는 인허가는 지자체가 60일 내 허가 여부를 회신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간주된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행정절차도 지자체가 아니라 사업자인 한전이 수행한다. 지자체 특별교부세에 영향을 주는 합동 평가 지표에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협력 지표’도 신설한다. 송전탑 건설 속도전에 나서는 과정에서 하남시처럼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는 경우 지자체 특별교부세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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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출구는 없는 것일까. 주민들은 국책사업인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기후부·고위직이 감일 현장에 와서 라운드 테이블처럼 주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국책사업인데 왜 한전만 앞세우고 있냐”고 반문했다.
감일동 주민들은 지난달 김성환 장관에게 보낸 ‘감일지구 주민들의 소회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깜깜이 개별 보상협의(특별지원금) 즉각 중단 요청 △관계부처 장관 및 중앙정부의 현장방문 △중앙정부의 직접 개입과 타운홀 미팅 등의 공론화 등을 요청했다. 소회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님비로 몰아붙이는 언론플레이, 특별보상으로 주민을 현혹시켜 분열조장, 정확한 정보공개도 없이 설명도 없이 몰아붙이는 한전의 권력 앞에 주민들은 점점 힘이 빠집니다. 말라 죽어가는 것 같습니다. 불행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어디에 있나요? 어쩌면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지요? 감일 주민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감일에 한 번만 와서 봐주세요.”
이어 동서울변전소 증설반대 5자협의체는 지난 6일 한전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뒤 정부 차원의 공식 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 5자협의체는 지난 8일 5자 협의체 일동(동서울변환소반대TF·하남시청·하남시의회·더불어민주당 하남갑 추미애·국민의힘 하남갑 이용) 명의의 성명서에서 “9일 직접 김성환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이 있는 열린민원실을 방문해 이번 동서울변전소 증설 관련 갈등 사안을 국무총리 갈등조정위원회에 정식 회부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체는 “정부와 한전의 기습적·배제적 행정으로 발생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국무총리와 중앙정부 차원의 조정과 책임 있는 대응을 확보하며, 주민과의 소통과 협의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해결 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단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총리가 동서울변전소 갈등을 갈등조정위원회로 회부해 정부 차원에서 직접 챙기는 의지를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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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문가들은 갈등 해법 관련해 “정부가 하남 변환소의 전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부터 원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전에 따르면 동서울변전소에 설치 예정인 변환소 전력은 △삼척그린파워(강원 삼척·남부발전), 북평화력발전(강원 동해·GS동해전력), 강릉안인화력발전(강원 강릉·강릉에코파워) 등 석탄화력발전 △신한울 1~2호기(경북 울진·한국수력원자력), 한울 1~3호기(경북 울진·한수원) 등 원전 △양양 발전(강원 양양·한수원) 등 양수발전에서 공급받는다. 총리 주재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에서는 하남 변환소 신설 목적을 “동해안 발전제약 해소”라고 밝혔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동해안 석탄화력 등의 가동률을 높여 전력을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력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남 감일동에 변환소가 신설되면 대부분의 전력은 서울로 가게 된다. 한전에 따르면 동서울변전소 변환소 신설 이후 총 송전량(4.5GW) 중 약 73%(3.3GW)는 송파를 비롯한 동서울 등 수도권으로 가고, 나머지 27%(1.2GW)는 하남에서 사용된다. 하남에서 사용하는 전기 소비량은 현재 1.0GW에서 1.2GW로 0.2GW 늘어나는데 그치는 반면, 서울 등 수도권 사용량은 현재 1.5GW에서 3.3GW로 1.8GW나 급증한다. 동서울변전소 변환소 신설은 하남보다는 서울의 전력 수요를 겨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탈석탄 정책 기조를 선언한 이재명정부가 하남 변환소 신설을 강행하는 게 정책적 모순이 아닌지’, ‘서울의 전력 수요를 위해 다른 지역을 희생하는 방식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를 묻고 있다. 김현정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실행위원장(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재명 정부가 탈석탄,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이 문제를 살펴봤으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기후위기 시대에 좌초자산이 될 석탄화력을 살리겠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탈석탄 정책 방향을 분명히 밝힌 이재명정부가 사업을 강행할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탈석탄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보면 지금 수도권 정치인들의 알력 싸움을 거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도 그렇고 수도권 산업단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 밖에서 전기를 끌어오면서 송전탑, 변전소 인근 주민들의 갈등이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는 방식의 분산 에너지 정책을 논의해야 할 때다. 이재명 정부가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생각으로 하남 감일동 사안을 보고 해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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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헤르만(Dr. Bodo Herrmann) 독일연방네트워크청 연방부문 계획 승인 및 전력망 확장 부서장은 최근 국회에서 “인허가 절차 중 농장 주인이 불만을 제기하면 직접 현장을 찾아 의견을 청취한다”며 “절차가 길어져도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공동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조 이데일리 10월21일자 <“송전탑 반대 시위, 오히려 좋은 일”…독일 공무원은 왜?>)
독일 싱크탱크인 아고라에너르기벤데 소속 염광희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만나 “밀양 사태가 남긴 교훈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재산권, 행복권, 생존권을 무력으로 침해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갈등 해소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패스트트랙을 담은 전력망특별법 내용을 보면 제2의 밀양 사태가 우려된다. 하남 등 전력망 갈등이 있는 곳에서 공사를 강행하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러면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지고 공사는 더 지연되게 된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단기 성과 위주로 에너지 정책을 집행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들이다. 독일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깨달은 게 있다.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전력망 같은 기피시설을 속도전 치르듯이 정부 임의로 강행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자기 집 앞에 기피시설 설치를 흔쾌히 찬성하겠는가.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과 수많은 토론을 거쳐 전력망 국책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게 속도전으로 했다가 반발로 지연되는 것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주민과 함께 전력망 갈등을 풀어가길 기대한다.”
*에너지와 미래=에너지 이슈 이면을 분석하고 국민을 위한 미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해 봅니다. 매주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