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제 유가마저 치솟아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런 상황은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하지만 서민 생계에도 큰 타격을 준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아도 가계 지출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는 소비 위축은 이 같은 민생고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가계 살림이 압박을 받으니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내수 부진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쳐 경기 불황이 심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국제 유가는 올 들어 20% 가까이 올라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91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86달러를 넘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이 중동 산유국의 석유 관련 정책과 수급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남미 주요 산유국인 멕시코가 국내 공급 확대를 이유로 원유 수출을 대폭 줄여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날이 멀지 않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매파적 목소리가 잦아진 것도 심상찮다. 우리 경제의 3고를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미셸 보먼 연준 이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등 연준 내부 인사 여럿이 기준금리 인하를 늦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보먼 이사는 물가가 불안해지면 기준 금리를 오히려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올해 6~7월께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뒤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던 국내 전문가들의 기대섞인 예상을 무색케 한다.
오늘 총선이 끝나면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선거 기간 들떴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속히 민생 챙기기에 나서기를 바란다. 최근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등 내수 연관성이 낮은 업종 위주여서 온기가 국내 경제에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민생 경제의 추락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재정 정책과 비재정 정책을 총동원해 3고와 고유가의 충격을 완화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