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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나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일 때만 해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금융당국이 수일 만에 태도를 돌변한 것은 물론 초안이기는 하지만 열흘 만에 제도 개선안까지 내놓으면서다. 내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이 더 커지는 대목이다.
특히 공매도 금지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후폭풍이 일자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핀셋 대응’하는 모습도 이례적이다. 공매도 금지 제도 이후 글로벌 주식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과 글로벌 초대형 증권사 메릴린치가 한국 시장의 대차 등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금융당국은 직접 나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고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소문 등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금감원의 행보도 ‘총선용’이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한편에서는 공매도 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도 모자를 판에 ‘시장 불안 조성’을 이유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과하게 막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매도 금지와 제도 개선에 ‘총선용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한 시장 참여자의 불안과 불만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총선 ‘약발’이 끝나면 제도 개선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고, 금융투자업계는 총선용 정책으로 우리 증시에 대한 저평가가 심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제 당국이 보여줄 모습은 총선용 정책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불법 공매도부터 철저하게 뿌리 뽑는 시스템을 갖추고 제도 개선에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