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수해복구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 총력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그제 “조속한 피해복구와 추가적 피해 방지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때”라며 정부·여당에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박광온 원내대표도 추경 편성과 함께 재난 방지를 위한 여·야·정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예산 편성의 칼자루를 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해 복구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인 것은 맞다. 정부 예산에는 이런 때에 대비해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재난대책비와 예비비가 편성돼 있다. 농식품부 등의 재난대책비(3790억원),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특별교부세(2조원), 기재부의 목적 예비비(2조8000억원) 등을 모두 합치면 5조원이 넘는다. 이것으로 모자라면 일반 예비비에서 2조원 가까이 끌어 쓸 수 있다. 정확한 피해 규모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1차 복구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까지 재난 극복 추경은 2002년과 2003년, 2006년 세 차례 있었는데 모두 태풍이었고 수해 복구용 추경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민주당의 추경 요구는 적절한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추경이 연례 행사처럼 이뤄지면서 국가재정의 건전성은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의 ‘e나라지표’를 통해 역대 정권별 추경 실태를 비교해보면 1998~2021년까지 총 24회에 걸쳐 272조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10회로 가장 많고 규모로도 151조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민주당은 추경중독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수해복구는 예비비를 끌어다 쓰고 부족하면 그 때 가서 추경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도 나오지 않았는데 추경부터 편성하자는 야당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연초부터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한다며 30조~35조원짜리 초대형 추경 편성을 주장해왔다. 이번에 수해복구를 빌미 삼아 대규모 추경 편성의 부족한 명분을 채우려는 것인가. 민주당은 재정 건전성을 위태롭게 하는 추경 중독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