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린 상황에서 금통위원이 교체된다고 해도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가 금리 인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이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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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이 교체되더라도 금통위 결정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존 주상영 위원이 ‘비둘기’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비둘기’ 순감 가능성만 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기영 위원은 중도적 성향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위원으로 평가되며 임기 동안 ‘소수의견’을 낸 적 없이 금리 인상 결정에 동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춘섭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예산통인 만큼 ‘비둘기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박 내정자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 중요한 목표는 경제 안정과 성장, 발전에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정통 예산관료 출신인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이 금통위원으로 임명된 바 있다. 정 위원은 임기 초반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다만 장용성 내정자의 경우 박기영 위원처럼 학자 출신답게 ‘중도 매파’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 내정자의 최근 인터뷰, 논문 등을 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물가지표에 자가주거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 공공요금 인상이 통제된 점 등을 근거로 실제 물가상승률이 지표보다 높다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경제학자로서 한은법 개정안에 ‘고용안정’ 목표를 추가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기존 목표인 물가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장 내정자는 비둘기보다는 ‘매파’성향으로 점쳐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박춘섭 내정자는 관료 출신으로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 통화정책과 정부 정책의 연결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다소 비둘기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용성 내정자는 다소 매파 성향이 있지만 한은 총재 추천이라는 점에서 총재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면서 중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성장에 바짝 고삐를 죌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통위원 교체가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높였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통위원 교체와 관련해 “피봇(pivot·정책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