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덜 먹고, 옷 안샀다

김은비 기자I 2023.03.14 05:15:00

음식료 소비 9.6%로 가장 크게 줄어
"코로나19 시기 보다 더 낮아"
연초 물가 상승률 높았던 의복 판매도 7.6%↓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작년 8월부터 우리 국민의 소비가 5%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으면서다. 수출 부진 속에서 그나마 경제를 지탱해주던 내수마저 빠르게 꺾이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이 1,000원 아침밥을 구매해 배식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월 기준 103.9(2020=100)로, 작년 8월(109.4) 대비 5.0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경상 판매액에서 물가 변동 요인을 제거한 불변금액에서 다시 계절·명절·조업일수 등 변수를 빼낸 후 산출한다. 계절적 요인과 물가 상승률을 모두 뺀 경제주체들의 실질적인 소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가장 하락폭이 큰 것은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지수다. 1월 음식료품 소매판매액지수는 97.2로 8월(107.5)보다 9.2% 급락했다. 이는 소매판매액 지수의 기준 시점인 2020년보다도 낮은 수치로, 월별로는 2020년 11월 97.1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일상 회복으로 외부 활동은 늘었는데도, 음식·숙박업 서비스업생산지수가 4% 가량 하락하는 등 외식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것에 쓰는 비용 자체를 크게 줄였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경제가 어려울 때 줄이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음식료품”이라며 “고금리, 고물가로 장바구니 물가도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재료를 구매하거나, 장 보는 횟수 자체 등을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1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7.8%까지 급등했다.

의복 판매 지수도 123.9에서 7.6%(114.5) 하락했다. 일상적인 의류 소비는 그해 기상 여건의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지만, 올해 초에는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줄였다. 얇아진 지갑에 당장 급하지 않은 의류 구매에 인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의류·신발 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 5.5%를 기록한 후 매월 5% 중후반대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의복 같은 준내구재는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비절벽이 심화화는 가운데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소비촉진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축된 소비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관광·농축수산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할인쿠폰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고, 여러가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 구체화 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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