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4층은 현대백화점 신촌점 본관 4층(여성 캐주얼)과 연결되는 곳으로 가장 많은 고객이 이동하는 소위 ‘로얄층’이다. 2만원대 의류부터 수백만원대 중고 명품가방·시계 등을 판매하면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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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시장은 파죽지세로 성장해 왔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작년 24조원으로 6배 신장했다. 국내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월 이용자수는 2018년 50만명에서 올해 8월 1800만명으로 4년 만에 30배 넘게 늘었다. 최근 물가상승 영향으로 고금리, 고환율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에 신중해진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중고거래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셈이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전통의 유통 대기업이 중고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약 300억원을 투자해 중고나라 지분 95%가량을 공동 투자했다. 신세계그룹의 투자사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올해 초 미래에셋캐피탈 등과 함께 번개장터에 82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세컨드 부티크를 선보인 것도 MZ세대 고객을 중심으로 가치소비 경향이 확산하며 중고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명품, 한정판 스니커즈 등 고가물품이 중고 시장에 대거 유입되며 전체 시장규모를 크게 키웠다.
명품 거래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고명품 거래 서비스 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약 357% 이상 증가했다. 특히 샤넬,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올해만 수 차례 거침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중고품 거래가도 크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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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시장의 호황은 단연 MZ세대가 이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세컨드 부티크 개장 첫 주말인 지난 16~18일 이곳을 방문한 고개 3000여명 중 ‘2030’ 고객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20대 고객은 주로 10만원 이하의 의류를, 30~40대 고객은 명품과 시계를 주로 구매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2030세대가 중고거래에 적극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중고거래 카드 결제규모 중 2030세대가 약 61%를 차지했다. 특히 2020년에는 20대의 결제금액 증가율이 전년대비 68% 늘어나 다른 연령대보다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를 거부하는 친환경 소비 성향 △나만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 등이 중고 거래를 주류로 끌어들인 원동력이자 핵심이라고 해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래 지구를 위해 중고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믿는 소위 ‘친환경 소비’가 중고거래의 한 축이었다”며 “지금은 결혼, 주택 마련은 커녕 취업도 잘 안 돼 답답해하는 MZ세대들이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통해 ‘소확행’을 누리면서 중고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다”고 진단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소유해야만 했던 것들’이 이제는 ‘사용할 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는게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며 “중고거래 시장을 명품이 견인하는 점을 비춰 보면 보다 좋은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매우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또 소유하기 어려우니 공유하되, 좋은 것을 공유하겠다는 것이 MZ세대가 중고거래에 몰두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