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역대급 가뭄이 이어지자 일상은 금지사항으로 채워진다. 정원 살수, 수영장 급수, 장시간 샤워 등의 금지 조치가 이뤄지지만 실질적 효과는 없다. 급기야 인근 주들이 안정적 용수 확보를 위해 물길을 차단하면서 캘리포니아는 단수하기에 이른다. 인간이 짐승이 되기까지는 단 사흘. 마트의 생수는 동나고, 집집마다 고약한 배변 냄새로 넘쳐난다. 한 모금의 물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을 ‘워터좀비’가 된다.”
가뭄을 다룬 재난소설 ‘드라이’(2019·창비)의 줄거리다. 2018년 미국에서 1년 먼저 출간한 이 소설은 그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제로 기록적인 가뭄과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현실만큼 사실적 서사로 주목받았다.
가수 싸이가 3년 만에 ‘흠뻑쇼’를 연단다. 회당 300톤의 식수를 콘서트 중 관객석에 뿌리는 싸이의 전매특허 공연이다. 2011년 시작한 이 쇼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열지 못하다가 이번에 재개를 알린 것이다. 그는 지난달 4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발언했다가 논란의 발단을 제공했고, 공연계 물축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고 쓴 배우 이엘의 이 한마디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일례로 작가 이선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PC주의자들은 변화를 위한 행동보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어필하는 데에 관심을 둔다”며 이엘을 비판하기도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감각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스스로의 행동이 기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삶의 방식을 바꾸지는 못한다. 이런 면에서 이엘의 글은 귀하고 반갑다. 그의 이번 소신 발언은 3년 전 당연시 열렸던 이 공연들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또한 자신의 일상 활동이 수백만명을 기후난민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이는 공동체의 안녕과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윤리적 감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엘을 PC라 비난하는 것은, 구조적 차별을 들추고 혐오를 넘어 약자와 연대하고 폭력과 싸워온 고민과 노력들의 오독에 가깝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2019년 탄소 배출 문제를 언급하며 보다 친환경적인 방법을 마련할 때까지 투어 중단을 선언했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는 24세 때 비영리단체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재단(LDF)을 설립해 녹지와 바다 보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수많은 환경운동을 이끌었다. 맷 데이먼도 깨끗한 물을 아프리카 대륙에 공급하기 위한 재단을 꾸렸다. 국내 처음 에코드라마투르그를 도입한 국립극단의 연극 ‘기후비상사태:리허설’은 무대 세트는 물론 배우 의상과 소품 등을 최대한 재활용했을 뿐 아니라, 공연계 탄소절감을 위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중문화 스타들이나 단체들의 이런 행위들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적어도 ‘흠뻑쇼’에 젖을 수천명 팬의 환희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서 애면글면할 농부들의 고통 중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시대적 변화의 요구는 팬심과도 무관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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