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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강화, 韓경제에 양날의 검…中과 관계 유의해야"

이정훈 기자I 2022.04.27 05:45:00

[만났습니다]제러미 주크 피치 亞신용등급 담당이사 ①
"아직 재정적자 과하진 않지만 중장기적으론 부담도"
"추가 긴장 없다면…ICBM 정도의 北 리스크 이미 반영"
"尹 한미동맹 강화, 경제엔 양날의 검…中관계 유의해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다음 달 취임하게 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이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과의 교역이 늘어날 수 있는 효과가 있겠지만 경제적 이득이 얼마나 생길 수 있을 지는 다소 불확실합니다. 바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 때문인데,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유의해야 할 겁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신용등급을 담당하고 있는 제러미 주크 이사는 25일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과거 2016년에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당했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에 충격이 있었던 예전 경험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합계출산율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라는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가 한국의 재정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다음은 주크 이사와의 일문일답.

제러미 주크 이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수진영이지만, 당분간 재정부양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윤 당선인이 공언했듯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추가경정예산이 곧바로 집행될 것이다. 이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한국 내 가계와 중소기업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재정부양이 좀 더 필요할 수 있겠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재정적자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국회에선 여전히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질 수 있어서 정책적 제약이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재정정책 기조가 바뀌진 않겠지만, 다음 총선이 실시되는 2024년까지는 윤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정책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올해 이후 내년부터 재정정책이 어떻게 변할 것인 지도 여전히 불확실한 면이 있다. 새 정부가 처음으로 마련하게 될 2023년 예산안을 봐야 향후 재정정책 기조를 확실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부분 선진국들은 재정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한국은 너무 더디게 간다는 우려가 있다.

△팬데믹 동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상당히 가파르게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팬데믹 쇼크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대부분 국가들도 재정을 쏟아 부었던 만큼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 상승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비교할 만한 국가들에 비해 너무 과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50% 수준인데, 이는 `AA` 등급 국가들 중 중간 정도다. 물론 한국이 재정적자를 조금씩 줄이곤 있지만, 정부 전망대로라면 당분간 재정적자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팬데믹 관련 지출을 줄이면서 재정적자를 축소하거나 흑자로 되돌리고 있는 다른 `AA`등급 국가들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재정적자가 같은 신용등급 국가들에 비해 너무 과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한국의 재정여건에 대한 우려는 없는 셈인가.

△단기적으로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한국 재정여력은 추가적인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진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조금 더 긴 시계로 보면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빠른 만큼 정부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함께 봐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출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국민들도 재정적자를 어느 정도 받아 들이는 듯한 태도가 차츰 고착화하고 있는 건 좋지 않아 보인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데 이어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리스크는 어떻게 보는가.

△북한이 최근 몇 개월 간 수 차례나 미사일 발사를 통해 도발하고 있고 그로 인한 긴장관계가 최근 고조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북한에 대한 여러 외교적 유화 조치들이 구조적인 긴장관계 완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던 만큼 윤석열 당선인은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강경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고, 이는 한국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을 ‘AA-’ 등급으로 평가하면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명백하게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역사적으로 봐왔던 수준을 뛰어 넘는 엄청난 긴장 고조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정도는 아닐 것이다.

-윤 당선인은 한미 동맹 강화를 공언하고 있다. 이런 외교관계 변화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까.

△윤 당선인은 분명히 취임 이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이로 인해 한국에 경제적 이득이 생길 것인 지는 다소 불확실한 면이 있다.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IT부문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교역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해 한국 전체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한다면 부정적인 영향도 함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2016년에 한국이 사드를 도입한 이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당했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에 충격이 있었던 예전 경험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겠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작년 0.81명까지 내려갔다. 인구 감소는 어떤 영향을 줄까. 해법은 있을까.

△이 같은 인구구조적인 압박은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인구 감소는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떨어 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더 늘리는 정책을 폄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어느 정도는 완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끌어 올려 인구 감소에 따른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과제다. 이런 관점에서 민간과 공공부문에서의 투자 제고 노력이 어느 정도로 이뤄질 것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고령인구가 늘고 경제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구조 변화는 한국의 재정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제레미 주크 이사는

△1981년 미국 출생 △아메리카대 경제학·국제학(복수전공) △존스홉킨스대 폴 니츠 고등국제학대학 국제경제학 박사 △유엔 메노나이트중앙위원회 개발 자문역 △국제통화기금(IMF) 리서치 애널리스트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정책보좌관, 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 △피치 아태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이사, 한국담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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