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 1월까지 포함하면 8개월 사이에 네 번에 걸쳐 1%포인트나 올렸다. 이번 금통위는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말 퇴임하고 후임 이창용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어 총재 공석 중에 열렸다. 금통위 의장직을 겸하는 한은 총재가 공석 사태를 빚은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총재 부재 상태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더욱 이례적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급함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적정선(2%)이라고 판단하는 수준의 두 배를 넘는다. 코로나19가 빚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 국제유가와 곡물 원자잿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물가상승이 주로 대외적 요인에서 비롯돼 금리 인상 외의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5%에 달하고 중국도 생산자물가가 8.3%나 오르는 등 극심한 인플레가 글로벌화 하는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연준(Fed)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도 대비해야 한다. 연준은 다음달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과 양적 긴축(대차대조표 축소) 등 초강력 긴축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현실화할 경우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을 유발할 위험이 다분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 연준의 긴축 강화가 국내 외환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나빠질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가 불안을 방치하면 경제는 안정도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한 것은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신·구 정부가 협력해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