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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경찰서의 간부 A경정은 지난해 말 총경 인사를 앞두고 부적절한 승진 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경정은 브로커를 통해 인사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브로커는 작년 말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을 ‘청와대 실장’이라고 소개하며 A경정을 총경으로 승진시키란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브로커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추적해 A경정과 브로커가 수차례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A경정은 브로커와의 관련성 등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브로커는 최 청장에 서울 시내 과장급 간부인 B경정도 언급, 총경 승진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최 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브로커와 경찰 2명이 입건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B경정은 아직 입건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엔 청와대와 관련없는 브로커까지 등장했지만, 경찰의 승진 청탁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2012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재임 기간에 국회의원 10여 명에게서 인사 청탁을 받았다고 밝혔고, 2017년엔 한 방송사가 경찰 인사 청탁 정황이 담긴 청와대 인사의 ‘비밀노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계급정년에 인사 ‘첨탑’ 구조…“계급제도 개선해야”
이러한 경찰 인사 청탁 사건들은 개인 비위를 넘어 승진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도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 있다. 서울의 한 경찰 간부는 “개인의 일탈이라 볼 수도 있지만, 승진 제도도 문제가 많다”며 “좁은 자리를 두고 수많은 경찰이 경쟁하고, 정년도 걸려 있으니 스트레스가 심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경찰조직은 일반적인 기업 조직 구조처럼 서서히 올라가는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위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좁혀지는 첨탑 구조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경위 4만6071명 △경감 2만255명 △경정 3020명 △총경 649명 △경무관 91명 △치안감 이상 38명으로 폭이 확 준다. 총경급 이상 관리자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경정급 이상부터 별도로 지정되는 계급 정년도 승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계급정년은 △치안감 4년 △경무관 6년 △총경 11년 △경정 14년이다. 경찰관의 연령 정년은 60세이지만, 계급정년 기간을 넘으면 60세가 되지 않아도 옷을 벗어야 한다. 경정이라면 14년 이내에 0.5%에 불과한 총경에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총경은 주요 지역 경찰서장, 경찰청 본청·시도경찰청 과장 등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다단계식으로 세분화된 경찰의 계급 제도를 단순화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조직엔) 전문성보다 계급 중심의 문화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전문성이 우대받는 조직문화로 거듭나야 하고, 계급 수를 줄이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고려대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경찰 계급은 총 11개인데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와 비교해도 너무 많다”며 “계급 구조를 획기적으로 단순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