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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공급난에 정제마진 '쑥쑥'…정유주 氣편다

양지윤 기자I 2022.01.10 05:10:00

수익성 지표 정제마진 호조세…"2월까지 강보합 전망"
中 중소형 정유사 생산·수출 규제 영향
세계 시장점유율 20% 美 공급여력 축소
"올 상반기까지 석유제품 부족·정제마진 강세 이어질 듯"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도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석유제품 부족으로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5일 배럴당 6.34달러로 지난달 마지막 주 배럴당 6.6달러에 이어 6달러대를 유지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제품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값으로 정유업계의 실적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달러 수준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2020년 4분기 배럴당 1.2달러로 추락했으나 지난해 10월 5.4달러로 반등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정제마진 강세로 국내 정유주엔 화색이 돌고 있다. 정유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작년 11월 30일 19만4500원에서 7일 종가 기준 24만7000원으로 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S-OIL(010950)은 7만9900원에서 9만7300원으로 21%, GS(078930)는 6% 각각 올랐다.

정유주들의 강세는 석유제품 공급난 여파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지난해부터 중소형 정유업체의 생산과 수출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1분기 소규모 민영 정유사의 석유수입 물량을 전년 동기보다 11%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저장화석화와 헝리석화 등 민간 정유설비의 가동률이 작년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국내 정유사들은 수출량 증가와 중국 정유산업 재편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에도 중국의 석유제품 생산량 조절 효과로 인해 1~2월 정제마진은 강보합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석유제품 시장 점유율 20% 차지하는 미국의 공급 여력 축소도 올해 정제마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정제설비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5% 줄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대규모 증설 계획이 없다. 가동률도 이미 90%에 육박해 생산량을 더 늘리더라도 이전 수준의 재고를 회복하기 힘든 상황이다. 멕시코가 연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원유 수출 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석유제품 재고는 6년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해 글로벌 재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각국의 탈산소 정책으로 추가적인 공급 여력은 부족하다”면서 “올 상반기는 석유제품 공급부족과 이에 따라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아시아지역 설비들의 가동률은 변수다. 공급난을 이기지 못하고 생산량을 늘릴 경우 석유제품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연구원은 “아시아의 가동률 상승과 이에 따른 물량 출회가 마지막 변수긴 하지만 최근 정제마진 재상승을 감안하면 이 또한 수요가 흡수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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