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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우리 몸의 엔진으로 피를 받아들이는 이완기와 전신으로 짜주는 수축 기능으로 나누게 된다. 전신으로 짜는 수축 기능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혈압이나 고령 등으로 좌심실이 뻣뻣해지면 피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 좌심방이 커지고 폐부종이 나타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이완기 심부전이라고 한다. 폐경 이후의 여자, 당뇨, 고혈압 그리고 비만인 환자에게서 잘 나타나며, 환자는 이완기 심부전과 동반된 폐부종으로 숨이 찼던 케이스였다. 이완기 심부전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 동맥질환(협심증)을 배제해야 해서 혈관에 관을 넣어 심장의 혈관을 관찰하는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하였고, 이상 소견이 없어 혈압을 조절하면서 이완기 심부전에 대한 치료를 진행했다.
환자의 집이 지방이고 지인을 통해 나에게 오신지라 입원해 폐부종을 호전시키고, 약물을 조절하면서 심부전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을 감별하고, 심장 재활과 심부전 교육을 충분히 해드린 후 다시 연고지 병원으로 보내드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환자의 초음파를 보면 좌심방이 컸기 때문에 계속 마음이 쓰여 입원 기간 중 지속적으로 심전도 모니터링을 했는데 며칠 동안 모니터링 상에서도 심방세동이나 부정맥은 전혀 없이 박동수는 일정하고 동율동이었다.
환자가 퇴원하는 날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심부전 교육을 다학제로 시행했다. 단백질 위주의 적당한 식사,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병행, 약물 교육, 그리고 주의점을 설명 드렸는데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거나 호흡곤란이 있거나 발목 부종, 어지러움 혹은 누웠을 때, 숨이 다시 차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시도록 했다. 환자의 연고지 근처에 후배가 대학병원 심부전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어 소견서를 잘 작성해서 보내드렸다. 특히나 두근거림, 호흡곤란, 힘 빠짐 등은 주의해야 할 경우라서 지체 없이 병원에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1년 동안 별다른 증상 없이 외래를 잘 다니고 계셨다고 하는데, 너무 추웠던 12월 초 새벽에 갑자기 보호자분이 연락이 왔다. 어머님의 한쪽 팔이 움직이질 않는다며 연고지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머리 혈관이 막힌 중풍(뇌경색)이 왔으니 혈전 용해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위험한 시술이라 하니 서울의 더 큰 병원으로 가면 안 되겠냐는 것이었다. 보호자분에게 거기서 움직이지 말고, 꼭 시술을 받으시도록 이야기 드렸고, 후배 교수에게 연락을 해서 심장도 다시 체크해 드리길 부탁했다. 환자는 한두 달 전부터 가끔 두근거리고 덜컹거리는 증상이 있었는데, 외래를 다시 방문하지 않았고, 새벽마다 기도를 나가는데 유난히도 추운 겨울 새벽에 문밖을 나서다가 한 쪽 팔과 다리에 이상 소견을 보였다고 한다.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심전도는 심방세동과 함께 빠른 맥을 보이고 있었다. 심방세동에 의해 혈전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뇌졸중이 발생한 케이스였다.
뇌졸중, 소위 중풍은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에게 정말 생각만 해도 싫은 진단명이다. 편마비가 오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되고, 그 환자를 간병하는 보호자들의 삶의 질마저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중 심방세동은 심장 부정맥 중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임상에서는 뇌졸중과 심부전의 중요한 위험 요소로 작용해 의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60세 이후부터 잘 생기지만 최근 널리 심전도가 보급되면서 젊은 나이에 진단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면서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펌프인데, 심장 안에 규칙적으로 맥을 만들어 주는 기관, 동결절이라는 곳에서 전기를 만들어 주게 된다. 이 전기 신호를 심방이 받아서 피를 심실로 보내 박자에 맞추어 뛰게 되고, 이를 동율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동결절이 아닌 심방 곳곳에서 전기가 생성되면서 가늘게 떨리게 되는 것이 심방세동이다.
물론 심실에서 피가 전신으로 나가기 때문에 심방세동이 있다고 당장 심장이 멈추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기가 가늘게 떨리면서 아래 심실로 전달되기 때문에 두근거림이 나타나거나 피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으면서 울혈이 일어나 폐부종이 오게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좌심방에서 심실로 피를 제대로 짜서 보내지 못하게 되면서 피가 고이게 되고, 굳으면서 혈전이 발생하게 된다. 이 혈전이 생겼다가 날아가게 되면 뇌의 혈관을 막게 되어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방세동의 진단은 심전도를 찍으면 간단한데, 환자는 왜 처음에 진단되지 못했을까? 심방세동은 하루 종일 지속성으로 있는 지속성 심방세동이 있고 생겼다가 없어졌다 하는 가끔씩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몸에 심전도를 부착하여 검사하는 부착형 심전도를 이용해 하루, 이틀 혹은 일주일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혹은 그보다 더 가끔 일어나는 경우는 아주 작은 심전도 장치를 몸에 삽입하여 모니터링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스마트워치들도 심방세동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다. 환자는 뇌졸중 발생 한두 달 전 에 발작성 심방세동이 있다가 이후 지속성으로 바뀌면서 심장 안에 혈전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심방세동 치료는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는 항응고 치료와 두근거림이나 호흡곤란을 막는 심장 리듬을 컨트럴하는 치료로 나누어지게 된다. 항응고 치료의 경우는 이전에는 와파린만이 가능했으나 피검사를 자주 해야 하고 음식 조절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피검사나 음식 조절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먹는 항응고제들이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어 편리하다. 고령으로 심방세동이 오래돼서 만성으로 간 경우는 항응고 치료만을 시행하고 그냥 심방세동을 두어도 문제가 없지만 발작성으로 생기는 경우는 충분히 동율동으로 전환이 될 가능성이 커서 적극적으로 부정맥 치료를 해야 한다.
약물 요법으로 먼저 치료를 하고 그래도 없어지지 않을 경우, 심방 안에 관을 삽입하여 심방세동을 없애는 전극도자절제술을 하게 된다. 만성이든 발작성이든 항응고 요법은 혈전의 발생을 막으므로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문제가 없고 코피 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장에서 출혈이 되어 혈변을 보거나 변이 까만 경우 혹은 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구토를 한다면 머리 출혈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그럼 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두근거림이 있었을 때 조금 빨리 병원에 왔더라면 심방세동을 좀 더 일찍 알고, 뇌졸중까지 이어지지 않아 고생을 좀 덜 하셨을 거란 생각은 든다. 그러나 다행히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2시간 이내로 혈전용해술을 시행해 한쪽에 발생했던 편마비는 모두 회복되었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이전과 다름없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신다. 환자는 항응고 치료를 꾸준히 하면서 심부전 약제를 복용하고,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서 너무 추운 겨울에는 새벽 기도는 좀 줄이시기로 약속했다. 자칫 병원을 옮기다가 치료 시간을 놓칠 수 있었는데, 나와 연락이 잘 취해져 치료를 잘 받고, 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는 보호자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코로나19 시대에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여러 각 질환들을 보며, 전국에서 환자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의료진들이 감사한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