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뭔가. 그 답은 초등학생도 알 만한 것이다. 달라지는 정책 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받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미리 대비하라는 신호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마찬가지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31일 취임 이후 줄곧 ‘6%대 총량규제’를 외쳤다. 그간 금융당국은 1800조원을 웃돌며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융사의 가계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동시에 금융사 임원들을 소집해 구두경고를 하는 등 주의 조치를 내려왔다.
특히 전세대출이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떠오르자 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일부 시중은행들은 대출 총량에 여유가 없자, 전세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 극약 처방을 썼다. 이로 인해 전세대출을 알아보던 일부 수요자들은 어쩔 수없이 반전세나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전세 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눈치를 보던 당국은 바로 입장을 바꿨다. 고승범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동시에 일부 시중은행들은 중단했던 전세대출 신청을 재개했다. 이 때만해도 수요자들은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금융위는 같은 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부사장들을 불러 “전세대출을 총량에서 제외하면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채 증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라”고 주문했고, 다음날 시중은행들은 모여 전세대출 규제를 하기로 결정했다. 전세보증금 증액 부분만 전세대출을 해 주고, 잔금일 이후에는 대출 신청을 아예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며칠 뒤인 지난 17일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실수요자들은 또 다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일관성이 결여된 오락가락 정책으로 수요자들은 혼란에 빠지고, 정부는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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