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 단독 판매하는 ‘말표 흑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전체 맥주 중 4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 오비맥주 ‘카스’, 2위 하이트진로 ‘테라’, 3위 ‘하이네켄’ 바로 다음이다. 5위 ‘칭따오’보다 더 많이 팔린 규모다. 기존의 쟁쟁한 베스트·스테디셀러 맥주 브랜드들을 단숨에 제치며 대표 ‘콜래보 맥주’로 자리잡은 것이다.
◇‘콜래보 맥주’ 전성시대…없어서 못 팔아
말표 흑맥주는 CU가 ‘말표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 수제맥주 업체 스퀴즈브루어리와 손잡고 선보인 이색(異色) 콜래보 상품이다. 패키지는 까만 바탕에 고유 폰트로 표현한 로고와 브랜드 컬러 등 말표 구두약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그대로 오마주(인용)했다. 심볼 캐릭터 ‘프셰발스키 야생말’이 입에 보리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재미를 더해 젊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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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 밀맥주는 CU와 소맥분 제조사 대한제분,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출시했다. 매장 입고 즉시 바로 팔려나가는 ‘품절 대란’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구매 성공기’와 ‘중고거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다른 편의점에서도 콜래보 맥주 열풍은 마찬가지다. 수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홈술(집에서 음주)과 혼술(혼자 술마시기) 유행이 이제는 하나의 주요 소비 트렌드가 되면서다.
GS리테일 편의점 GS25이 지난달 출시한 ‘금성맥주’는 판매 시작 첫 주말 이틀 사이 카스, 테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려 나간 맥주로 급부상했다. 금성맥주는 LG전자의 전신 옛 가전 브랜드 ‘금성(골드스타, 현 GS)’을 맥주와 결합해 4050대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2030대 젊은세대에게는 재미를 자극하고 있다.
캔 디자인은 추억의 ‘골드스타’ 로고를 활용한 복고(Retro) 스타일지만, 맛과 품질은 최근 유행하는 에일 맥주의 새로움(New)을 결합한 ‘뉴트로’(New+Retro·신복고) 콘셉트 콜래보 상품이다. 상품 개발에만 총 12개월이 걸렸다. 제주산 황금향과 골든에일 등 ‘골드(황금)’가 주는 느낌과 테마를 맛과 디자인에 적극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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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이 국내 골뱅이 가공캔 1등 브랜드 ‘유동골뱅이’와 콜래보한 ‘유동골뱅이맥주’도 지난해 11월 출시 후 현재까지 누적판매량 57만개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3월 매출(1~16일 기준)이 전월 동기 대비 30.1% 상승하는 등 골뱅이무침 안주와 곁들이기 좋은 맥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스낵부터 굿즈까지…파생 콜래보 이어져
편의점 콜래보 맥주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자, 해당 브랜드를 활용한 스낵 등 다양한 파생 콜래보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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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천마표시멘트팝콘’도 이미 인기 ‘품절템’(품절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성신양회와 협업해 천마표 시멘트 포대 모양을 그대로 팝콘 스낵 패키지로 만들고, 카카오 천연색소를 활용해 시멘트 느낌의 흑색 팝콘을 구현했다. 이 제품은 당초 최초 1만 박스(12만개) 한정으로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폭발적 인기로 완판 행렬이 이어지자 현재 4차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
GS25가 조미료 ‘미원’으로 유명한 대상 청정원과 함께 단독 출시한 ‘미원맛소금맛팝콘’ 스낵은 지난달 GS25 팝콘 카테고리 중 판매 순위 2위에 올랐다. 또 주류회사 하이트진로와 손잡고 소주 브랜드 진로이즈백의 ‘진로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진로안주플래터, 두꺼비감자칩, 두껍면떡볶이 등 협업 상품을 지속 출시 중이다.
신세계그룹 편의점 이마트24도 진로 두꺼비를 활용한 ‘아임이 두꺼비 젤리’와 ‘두꺼비초달콤미니벨’ 등 올 들어 11종의 콜래보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고 나섰다.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입으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려는 젊은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단순히 먹고 마는 식품이 아닌 이색 브랜드와 결합으로 즐거움과 추억, 신선함과 친숙함을 제공하는 콜래보레이션 마케팅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